[사회] 삼부 전·현직 회장 동시 소환…주가조작 발판 된 ‘유라시아협’ 관계성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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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배경이 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우크라 포럼) 개최 경위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10일 주가조작 시기에 회사 최대주주였던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을 동시 소환했다.

이일준 "우크라 포럼, 회사 위해 대표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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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 회장과 조 전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특검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두 사람 모두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피의자 신분이다. 이날 이 회장은 특검에 출석하며 삼부토건이 우크라 포럼에 참석하게 된 경위에 대해 “회사를 위해서 대표가 추진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삼부토건을 인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원래 시행업을 하던 사람이니까 시공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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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이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조 전 회장은 삼부토건 주가 급등기를 앞두고 회사를 이 회장에게 넘겼다. 두 사람이 주식 양수도계약을 맺은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엿새 전인 2022년 5월 4일이다. 계약에 따라 이듬해인 2023년 2월에는 실제로 이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디와이디)가 삼부토건의 최대주주가 됐다. 주가 급등의 계기가 된 우크라 포럼 약 3개월 전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김건희 여사를 통해 호재를 누릴 수 있다고 기대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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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삼부토건 관련성 수사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특검팀이 우크라 포럼 개최 경위를 쫓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사 대상으로 등장했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유라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교육·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2018년 7월 세워진 사단법인이다. 협회를 만든 건 러시아 유학 후 러시아·카자흐스탄에서 사업가로 활동해 온 양용호 회장이다. 특검은 포럼을 개최한 협회가 삼부토건에 주가 조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줬다고 보고 협회와 삼부토건, 나아가 김건희 여사와의 관련성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협회 활동에 ‘삼부토건’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건 2022년 6월이다. 삼부토건이 지주사 디와이디, 협회와 함께 부산에서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3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다. 이 소식이 삼부토건이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약 30% 뛰었다. 같은 해 11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포럼’에 이어 2023년 5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두 번째 재건 포럼이 열렸고, 여기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참석하며 삼부토건 주가가 5배 상승하는 결경적 발판이 됐다.

협회와 삼부토건이 관계되기 시작한 시기는 한모 이사 합류 시기와 겹친다. 투자 컨설턴트인 한씨는 경영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2022년 협회 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2023년 5월 웰바이오텍 이사로 선임 예정됐다 취소된 인물이기도 하다. 특검은 도중에 협회에 합류한 한씨가 삼부토건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협회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씨는 과거 원 전 장관과 같은 A 공익재단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는데, 2022년 6월 협회 활동에 A재단이 참여했다.

한씨는 중앙일보에 “삼부토건 측을 협회에 소개한 건 맞지만, 상장사여서 삼부토건이 주목받은 것뿐 다른 기업들과도 많이 협력했다. 나라와 기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돈을 써 가며 협회 활동에 참여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웰바이오텍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서는 “웰바이오텍의 최대주주인 온세텔링크 대표를 개인적으로 안다. 당시 이사 후보로 올라갔지만 온세텔링크가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며 이사 선임도 철회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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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차량에 싣고 있다. 뉴스1

우크라 포럼이 주목받자 협회는 ‘쌍둥이’격인 또다른 협회를 만들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23년 10월에 설립된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는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이사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주소지는 한씨가 운영하는 건영 컨설팅 회사에 등기돼 있다. 한씨는 협회장의 요청에 따라 회의 시 자주 이용하던 사무실 주소지를 등기에 내줬다는 입장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일 한씨를, 지난 8일 양용호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양 회장은 조사에서 삼부토건이 폴란드 포럼 참석 후 배포한 MOU 체결 보도자료 4건이 모두 협회와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며, 허위 내용이 포함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오는 13일에는 삼부토건 부회장이자 웰바이오텍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씨와 구모 전 웰바이오텍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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