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세∙안보 '패키지 딜' 중인데…갑자기 전작권 전환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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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 관세-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불거졌다. 한·미 간 협상 국면과 맞물려 전작권 전환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의될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통령실은 11일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한·미는 2006년 전작권 전환 합의 뒤 20년째 이를 협의 중이며, 현재 한·미 간 협상에서 본격적 의제는 아니라는 게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명분으로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언제든 관련 협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빠지고 한국 방어는 한국에 맡긴다’는 논리와 연결될 여지도 있어서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쟁점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전작권 지금 누구에게 있나.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됐다. 이후 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갔다. 그러다 정전시 작전통제권, 즉 평시 작전통제권만 1994년 12월 1일 한국 합참의장이 넘겨 받았다. 현재 전작권은 여전히 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전작권 전환의 시점은 언제인가.
한·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9월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한국의 국력 신장 등에 맞춰 우리 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한 결과였다. 이듬해인 2007년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17일’로 못박았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고도화 등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1일’로 미뤘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양국 국방장관은 ‘시기’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방식을 ‘조건’에 기반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6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무엇인가.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한국이 전시에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핵심적인 군사 능력을 확보했는지, 연합 방위체제를 이끌고 전구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더해 전환 시점의 정세에 대한 평가도 별도로 이뤄진다. 양측이 합의한 기준과 방식으로 이를 평가해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보고하며, 이를 기초로 한·미 군 통수권자들이 적정한 전환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도 전작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있는 건 이런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입장은 무엇인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전작권 조기 전환을 주장했다. 다만 “전작권 회수를 빨리 해야 한다고 했지, 조건 필요 없이 한다는 이야기는 한 일이 없다”(2022년 2월 토론)며 조건 충족도 함께 언급했다. 2021년 12월 토론에서는 “그냥 환수하면 되지 무슨 조건을 거쳐서, 무슨 능력이 검증되면 (환수)하겠다는 것인지”라면서도 “그러나 합의했으니 그 절차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는 “전세계에서 독립국가인데 군사주권을 다른 나라에 위탁하거나 공유하는 나라가 우리 빼고 어디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2022년 8월)
21대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으로 포함돼 있다. 공식 용어인 ‘전환’ 대신 ‘환수’라는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뒤 처음으로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작권 전환의 역사와 개념, 전환 시의 실익 등에 대한 질문을 여럿 하며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정부는 안보와 관세 분야를 연계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안보 트랙 협상에서 이를 다룰 가능성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직후인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전작권 전환은)우리가 갖고 있는 장기적 현안이고, 역대 정부가 쭉 추진해왔다. 그 문제가 안보 협의 속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이날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한·미 간 계속 논의돼 온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우리 측은 미 측과 해당 사안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관련 협의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나.
지금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본격적인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안보 분야 협상의 핵심인 국방비 증액에서 양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전작권 전환 문제를 비롯, 다른 안보 분야의 현안도 패키지 딜의 일부로 논의될 수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달성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국방 예산은 GDP 대비 2.3% 수준이다. 위성락 실장이 지난 9일 전작권 문제가 안보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씀하신 것들이 국방비를 포함해 논의 대상 중 하나다. 그 논의는 조금 더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 것도 정부가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나.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들이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비용은 적게 들이고, 동맹의 부담을 더 키우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은 강화하는 이른바 ‘가성비’ 확보가 핵심이다. 미국이 아예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이거나 대북 억지 뿐 아니라 대중 견제까지 맡도록 역할을 더 확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지난 5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2만 8500명 중 4500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9일에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이 주한미군을 약 1만명만 남기자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전세계 주둔 미군의 규모와 소요 비용 등을 파악하는 리뷰 작업 중인데, 이게 마무리되면 각국에 계산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규모 감축은 곧 한반도 위기 시 한국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가능하다. 이를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는 것으로 미국이 해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관련 업무를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해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직접 한반도를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객관적으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운데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방위 태세에 실질적 허점이 생기거나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협상카드화’하는 것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사정에 밝은 고위 외교 소식통은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핵심적인 특정 항목들을 객관적 수치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한·미의 공통된 평가였다. 미 측과 진지한 협의를 이어가야 하겠지만, 이를 섣불리 협상에 활용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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