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0살 하마 '히뽀' 떠난 뒤…전면 개선 예고한 광주 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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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원의 구 원숭이사가 폐쇄돼 있다. 우치동물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제2호 거점동물원에 지정돼 매년 3억2000만원씩 5년간 총 1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황희규 기자
지난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원. 33년 된 동물원 3곳에 폐쇄된 동물사가 덩굴에 뒤덮여 있었다. 원숭이사와 맹금류사, 파충류사 등 낡은 동물사가 새 동물사로 옮겨가면서 3년째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동물사 외벽에는 ‘수달사로 새롭게 찾아뵙겠습니다’ 등의 안내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우치공원 관계자는 “원숭이, 맹금류 등은 기존의 좁고 철창으로 된 감옥형의 동물사가 아닌 새로 지은 유리창 동물사로 옮겨졌다”며 “폐쇄된 동물사는 허물고, 수달사 및 천연기념물 보조관 등으로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마별에선 행복해’…코끼리는 정형행동 보여

지난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원의 하마사 외벽에 하마 '히뽀'의 추모글이 적혀있다. 우치동물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제2호 거점동물원에 지정돼 매년 3억2000만원씩 5년간 총 1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황희규 기자
낙후된 시설로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줬던 우치동물원이 환경부의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돼 사육환경과 동물복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개장한 우치동물원은 12만1302㎡ 부지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포유류 242마리(39종)와 조류 303마리(26종), 파충류 30마리(15종) 등 676마리(90종)가 생활하고 있다. 직원은 운영·관리 11명, 사육·복지 13명, 시설·조경 6명, 수의 4명(수의사 3명·보조인력 1명) 등이 근무한다.
우치동물원에서는 지난 3월 10일 40살 된 하마 ‘히뽀’가 폐렴 증세를 보이다 죽어 안타까움을 줬다. 히뽀가 살았던 동물사 유리창과 외벽에는 ‘히뽀야, 하마별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등의 추모글이 붙어 있었다. 우치공원 측은 “하마 사육장이 넓지 않아 다른 하마를 들이지 않고, 동물 추모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치동물원에서는 33도가 넘는 폭염 탓인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定型行動)을 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아시아 코끼리 모녀는 비좁은 사육장 안에서 같은 경로를 반복해 걸어 다니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 활동가인 최태규 수의사(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는 “아시아 코끼리는 풀을 뜯어 먹으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이라며 “흙으로 덮인 좁은 동물사는 코끼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정형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치동물원, 국가 거점동물원으로 지정

지난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원에서 시민들이 아시아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치동물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제2호 거점동물원에 지정돼 매년 3억2000만원씩 5년간 총 1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황희규 기자
동물보호 활동가 등은 우치동물원이 거점동물원이 지정돼 시설과 사육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청주동물원에 이어 지난달 30일 우치동물원을 ‘제2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했다.
거점동물원은 호남권역 내 동물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종(種) 보전·증식 과정 운영과 보유동물 서식환경 개선 자문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전문가와 지난달 16일 우치동물원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거점동물원 지정을 위한 시설 및 인력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거점동물원에 지정되기 위해선 면적 1만㎡ 이상 시설과 동물병원, 교육시설, 연구 및 방사훈련 시설, 검역시설, 수의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인력은 운영·관리 5명 이상, 사육·복지 8명 이상, 시설·조경 2명 이상, 수의 4명 이상 등이 배치돼야 한다.
환경부 “우수한 수술 전문 인력 보유”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병원 수술실의 모습. 우치동물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제2호 거점동물원에 지정됐다. 환경부는 우치동물원이 우수한 수술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희규 기자
환경부는 특히 우치동물원이 우수한 수술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우치동물원 수술 전문 인력은 지난 3월 제주도 동물원인 ‘화조원’의 의뢰를 받아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팔 분쇄골절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앞서 우치동물원 진료팀은 세계 최초 앵무새 티타늄 인공 부리 접합 수술, 뱀 턱관절 골절 수술, 도마뱀 골절 수술, 기형 설가타 육지거북이의 인공 복갑개수술 등 난이도 높은 정형 수술을 해왔다. 환경부는 “동물원은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야생동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의 공간”이라며 “향후 수도권과 영남권도 거점동물원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가 지원금, 동물 복지 개선에 사용해야”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내 동물원의 모습. 우치동물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제2호 거점동물원에 지정돼 매년 3억2000만원씩 5년간 총 1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황희규 기자
우치동물원은 거점동물원 지정으로 내년부터 매년 3억2000만원씩 5년간 총 16억원을 지원받는다. 우치공원 측은 “시설 개선 외에도 호남권 30여개 사설 동물원의 동물치료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내년 지원금은 동물병원 검역센터 설치에 투입되며, 2027년에는 수의사 출장 진료, 동물원 운영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동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해준 뒤 갑갑한 동물사로 다시 보내는 게 동물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며 “동물사 확충을 위한 지원을 늘리고, 사육사 인력을 늘려 동물과 놀아주고, 질 좋은 먹이를 주는 등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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