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참의원 선거 때문에…美에 “방위비 증액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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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참의원(상원) 선거를 의식해 미국 측에 “방위비 증액에 대해 회담에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자민당+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이 GDP(국내총생산)의 3.5% 수준의 방위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시바 총리 운신의 폭이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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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미국 관세 통보 서한과 관련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정부 당국자가 미국 측에 ‘방위비’와 관련해 협상 테이블에서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은 지난 6월 초순의 일이다. 7월 2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 측으로부터 방위비 증액 압박이 이어지면 선거에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측은 “조만간 반드시 자국의 판단으로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일본 정부는 앞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에서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2%까지 올리기로 한 점을 들어 미국 측을 설득해왔다. 이런 일본의 노력이 통했는지 미국은 실제로 지난 3월과 5월에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미국의 자세가 달라졌다. 복수의 미·일 관계 소식통은 미 정부 관계자가 “세 번째는 없을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입지가 위험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에게 방위비 인상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더는 불가능하단 취지였다. 미국이 ‘비공식’으로 일본에 전한 방위비는 GDP 대비 3.5%. 기시다 정권이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이 신문은 이런 이유로 일본이 외교와 방위 분야의 2+2 회담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방위비 증액, 관세 협상 외에도 난관은 또 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최근 일본과 호주의 국방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전쟁에 돌입할 경우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대만 유사시라는 가정적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서, 헌법과 국제법, 국내 법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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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1기 정권에서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윌리엄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은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일 양국의 관세교섭에 대해 양국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참의원 선거 등 일본 국내의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일 무역협정 등 과거 경험에 비춰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거티 의원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 문제에 대해 “GDP 대비 3%로의 확대는 환영받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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