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압도적이고 화려한 무대, 여전한 울림…뮤지컬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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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눗방울을 타고 등장하는 착한 마녀 ‘글린다’의 등장부터 관객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2m가 넘는 타임 드래곤이 등장할 때,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가 무대 위에 펼쳐질 때 객석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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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의 대표 넘버중 하나인 '포 굿(For Good)'을 부르는 두 마녀. 사진 Jeff Busby. 에스앤코

지난 12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는 이 작품이 뮤지컬 본고장 미 브로드웨이에서도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이유를 보여줬다.

뮤지컬 ‘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 무대로 옮겼다. 발랄하고 야심차며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가 많은 ‘글린다’와 특별한 재능을 지녔지만 초록색 피부를 지닌 탓에 천덕꾸러기 신세인 ‘엘파바’의 우정과 성장기를 담아냈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초연한 이후 16개국에서 7000만명 넘는 관객이 이 작품을 봤다. 누적 매출은 60억 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국 오리지널 공연은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또 2013년 라이선스(외국에서 창작된 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형태의 한국어 공연이 초연했고 2016년과 2021년 각각 재연과 삼연을 했다. 옥주현, 정선아와 같은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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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머신을 타고 등장한 착한 마녀 '글린다'. 사진 Jeff Busby. 에스앤코

‘위키드’는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상징하는 거대한 용, 날아다니는 원숭이들,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엘파바의 플라잉 장면 등은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무대에 등장하는 의상만 350벌이다. 지난 2004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무대디자인상과 의상디자인상을 받은 이 작품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화려한 무대를 수놓는 ‘두 마녀’의 연기와 노래도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글린다’를 연기한 코트니 몬스마는 자신이 왜 오디션 무대부터 ‘글린다의 정석’으로 불렸는지를 보여줬다. 야망이 크고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도 알기에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글린다’를 잔망스러운 대사와 몸짓으로, 또 청아한 목소리로 표현해냈다. 호주 출신인 그는 앞서 지난 2020년 뮤지컬 ‘프로즌’의 호주 투어에서 ‘안나’역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엘피바’의 경우 셰리든 아담스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는데, 이날 개막 공연에는 ‘엘피바’ 얼터네이트를 맡은 조이 코핀저가 무대에 올랐다. ‘위키드’ 싱가프로 투어에선 ‘엘피바’ 주연을 맡았던 그는 오디션 당시부터 알려진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 ‘위키드’의 상징적인 넘버이자 1막을 마무리하는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에서 울려 퍼진 폭발적인 고음은 이날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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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를 대표하는 넘머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에서 폭발적인 고음을 뽐낸 '엘피바' 역의 조이 코핀저. 사진 Jeff Busby, 에스앤코

‘위키드’에 담긴 이야기와 성찰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 거리다.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낙인 찍기와 마녀사냥, 불분명한 선과 악의 경계와 같은 메시지는 초연 2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여전한 울림을 만든다.

지난해 영화 ‘위키드’를 보고 두 마녀의 팬이 된 관객이라면 뮤지컬 ‘위키드’에서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위키드’는 뮤지컬 중 1막 내용이 담겼다. 뇌 없는 허수아비, 심장 없는 양철나무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을 뮤지컬 2막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2막을 다룬 영화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은 오는 11월에 개봉한다.

이 작품 내한 공연 주최사인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그간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위키드’ 영화를 보고 이번 공연을 보겠다는 관객들의 예매 문의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위키드’ 내한 공연은 오는 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이어진다. 11월에는 부산에서, 내년 1월에는 대구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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