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보는 자료 NO, 與는 증인 NO…뉴노멀 된 맹탕∙꼼수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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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14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맹탕’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부분의 후보자가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 상당수를 제출하지 않거나, 핵심 의혹에 대한 자료를 빼고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청문회처럼 증인·참고인이 한명도 채택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청문회도 속출하고 있다.
13일까지도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날 검증대에 오르는 장관 후보자 4명(강선우 여성가족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동영 통일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중 3명은 요구받은 자료의 40% 이상을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강선우 후보자는 국민의힘 청문위원이 요구한 자료 230건 중 135건(59%)만 제출했고, 95건(41%)은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 거부 사유는 대부분 ‘개인정보·사생활 보호’로, 가족이 아닌 후보자 본인 관련해서도 같은 이유로 거부한 자료가 48건이나 됐다. 강 후보자는 과거 자신이 인사청문위원이던 2022년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자료 제출 거부로 이렇게 기사가 난 후보가 있었느냐”고 질타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전북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AI 모빌리티 실증 선도사업 세미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실(최형두 의원)에 따르면, 배경훈 후보자 역시 여야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1288건 중 759건(59%)만 제출했다. 나머지는 ‘영업기밀’ ‘보유자료 없음’ 등을 사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실(김건 의원)도 정동영 후보자의 자료 제출률은 59%(1332건 중 786건)라고 전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까지는 자료를 한 건도 제출하지 않다가 제출 시한인 지난 11일 무더기로 늦장 제출했다.
여당의 비협조 속에 청문회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14일 열리는 청문회의 경우 정동영·배경훈 후보자는 증인·참고인 모두 0명이고, 전재수 후보자는 참고인 1명, 강선우 후보자는 증인 2명만 출석한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전직 보좌관을 증인으로 요구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도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배우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해 채택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증인 없이 진행된 국무총리 청문회였던 김민석 총리 청문회 때와 같은 일이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 제기에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소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총리 청문회 때와 같이 무(無)자료, 무증인으로 버티는 걸 전략으로 삼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이 같은 민주당의 인사청문회 꼼수는 ‘뉴 노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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