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 화냈다" 말 바꾼 김태효, 수사 협조하되 의혹 비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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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화내는 걸 들었다”며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1차장의 진술을 확보한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의혹 핵심 관계자 소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검팀은 앞서 11일 김 전 1차장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7시간가량 조사하면서 VIP 격노설의 진원지인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김 전 1차장은 “채 상병 사건은 회의 초반 안건은 아니었지만 임기훈 비서관이 한장짜리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자료’를 보고한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노했단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은 “군 관련 사항은 임종득 전 2차장(당시 휴가)이 담당해 이후 임 전 비서관에게 물어본 뒤에야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이유를 알게 됐다”고도 진술했다.

김 전 차장에 앞서 김 전 사령관도 지난 7일 12시간 특검 소환조사에서 “VIP 격노설 등에 대한 부하들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태효 줄곧 부인하다 격노설 인정…배경은

김 전 차장은 VIP 격노설을 둘러싼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다. 지난해 7월 국회운영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했나”라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당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xx-xxx-xxxx’ 번호로 전화가 간 이후 이첩 보류가 진행됐다”는 질문에도 “누가 어떻게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모르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장 진술이 달라진 것을 두고 “김 전 차장이 수사기관에 협조하되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단 점을 강조하면서 의혹에서 비껴가는 방안을 모색한 것 아니냐”(군 수사 경험 많은 변호사)는 관측이 나온다.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보안 회의인 점, 군 관련 사안은 1차장 관할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해당 사안에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방안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통상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군 관련 사안은 안보실 2차장이 보고한다. 당시 임종득 2차장은 휴가 중이었는데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이 해당 사안을 보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실세였던 김 전 차장 외에도 최측근이 윤 전 대통령 2차 구속 전후로 180도 태도를 바꿔 ‘치명적 진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데 앞장섰던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특검 수사에서 태도를 바꿔 “총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줘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 등을 시인한 게 대표적이다. 검찰 시절부터 측근이던 강의구 부속실장이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및 부서 과정을 진술한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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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검팀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로 인적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 등은 다른 피의자 조사 뒤에 판단할 방침이다. 물적 증거가 부족한 만큼 의혹 당사자 소환으로 진술을 검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안보실 회의 전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의 당일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배경에 회의 전 해당 내용에 대한 사전 보고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여럿 드러나서다. 당시 국가안보실 소속이었던 김모 대령은 채 해병 순직 이틀 뒤인 2023년 7월 21일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 측에 수사계획서를 요구해 받았다. 김 대령은 7월 30일 ‘장관 결재본을 좀 보내줄 수 없느냐, 안보실장이 보고 싶어 한다’며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보고서를 요구했단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해당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면 공식 보고체계를 통해 이뤄졌을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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