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급 번복? 수업거부자 특혜?…의대생 돌아와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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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극회 보건복지위원장(왼쪽부터),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호 교육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복귀를 선언하며 의정 갈등이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의대 정상화를 위한 교육과정 및 학칙 변경 문제, 복귀를 놓고 벌어진 학내 갈등 수습, 의대생 특혜 논란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 해소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13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전날 의대생의 복귀 선언과 관련해 “큰 일보전진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결실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국민이 문제의 해결을 도와줄 수 있도록 의료계도 국회도 정부도 더 깊이 문제를 살펴볼 시간”이라고 했다. 앞서 12일 전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국회 교육위원장)·박주민(복지위원장) 의원과 함께 낸 공동입장문에서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대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복귀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요구 사항이 실현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귀 시기, 방법 등을 포함한 복귀 방안은 대학 학사일정과 교육요건, 의대교육과정 특성을 고려해 대학, 관계부처와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당장 학생들의 유급·제적을 두 달 만에 번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전국 40개 의대는 학칙을 통해 수업일수의 3분의1 혹은 4분의1 이상 결석한 학생을 진급시키지 않는 유급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5월 7일 이후 복귀한 학생들을 유급·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더 이상의 학사 유연화는 없다"고 선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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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 등 의료 개혁 정책에 반발해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회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1

그러나 의대협은 “계절학기와 방학 등을 활용해 수업일수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이선우 비대위원장)며 필수 수업일수 이수(연 40주)와 진급을 전제로 한 복귀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1만7명이 유급 대상에 올랐고, 3개 대학 853명은 이미 유급 처분을 받았다. A의대 부총장은 “결국 학칙과 교육과정을 바꾸는 사실상의 학사유연화가 이뤄져야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수업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과목이 전공필수인 본과의 경우 1학기 때 해부학, 2학기 때 신경해부학 등으로 기초→심화과목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 이미 각 의대는 복귀시한이었던 5월 이전 복귀한 학생들을 위해 한 학기 수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복귀 학생이 발생하면 같은 수업을 추가로 개설해야 한다. 비수도권 소재 B대의 총장은 “의대협 요구대로 특혜 없이 모든 수업을 학생이 이수하려면 분반이 필수이나 인력·공간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 복귀를 둘러싼 학생 간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B총장은 “일반 단과대학, 학과라면 제적되고도 남았을 무단 수업 거부를,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감싸는 것에 대한 학내 반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C대에선 미복귀학생들을 유급 처분하지 않은 학교를 상대로 복귀 학생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선 예과(1·2학년)를 우선 복귀토록 하는 방안이 일부 대안으로 거론된다. D의대 학장은 “방학이나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면 교양 위주 수업을 듣는 예과는 24·25학번 분리 수업이 가능하고 진급에 필요한 수업일수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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