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N회차 다녀가요” 론 뮤익전, 마지막 날도 오픈런
-
4회 연결
본문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침대에서’. 가로 6m50㎝ 크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야외 포스터를 장식했다. 우상조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본 론 뮤익의 자화상,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여자의 사진이 인상 깊어서 왔어요. 두 작품이 가장 기대됩니다.”
지난 9일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매일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전시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전시 마지막 날인 13일 미술관 정문 앞에서 만난 정봄이(32)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씨가 말한 작품은 작가의 잠든 모습을 표현한 ‘마스크 Ⅱ’(2002)와 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2005)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정씨는 이날 개관 50분 전인 오전 9시10분부터 줄을 섰다. 개관 직전 9시58분이 되자 줄은 약 150m 떨어져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동까지 이어졌다. 시간당 입장객 수 제한은 없지만, 관객들은 붐비는 오후 시간을 피하기 위해 개관시간에 맞춰 모여들었다.
미술관은 지난 10일 “개막 90일 만의 성과로 하루 평균 5590명의 국내외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속도로 추정할 때 ‘론 뮤익’ 전시는 13일까지 94일 간 약 52만명의 관람객을 모은 셈이 된다.
전시는 기간과 입장료가 제각각이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과 같은 일괄 집계가 어렵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52만 관객은 단일 전시로 이례적 수치다. 미술관 관계자는 “개관 이래 단일 전시가 기록한 하루 평균 관람객 수로 최다”라며 “168일간 전시가 이어진 2022~23년의 ‘현대차시리즈: 최우람’이 66만명(일평균 3900명)이며 142일간 전시한 2022년의 히토슈타이얼이 40만(일평균 280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반 고흐전(2007~2008년)이 81만명, 르누아르(2009년)가 71만명, 샤갈(2010~11년)이 55만명, 고갱(2013년)이 52만 관객을 넘겼다.
전시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듯 전시 기간 중 미술관 홈페이지 신규회원 가입자 수는 4.5배 늘었다. 2030 관람객이 70%를 차지한 이번 전시는 SNS에서도 “올해 본 전시 중 최고” “N회차 다녀간 전시” “실물로 꼭 영접해야” 등의 관람 후기가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SNS채널(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X)에 업로드된 ‘론 뮤익’ 관련 게시물의 총 노출 수는 325만 건을 넘겼다. 현장엔 SNS를 통해 전시를 접한 이들이 다수였다.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유지연(41)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입체 전시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약 1시간 동안 전시를 돌아본 박모씨(35)는 “이번이 2번째 관람”이라며 “SNS에선 단순히 흥미로운 이미지였는데, 작업 과정까지 보면 공허함과 무력감도 느껴진다”고 전했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67)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프랑스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규모 회고전이다. 조각 10점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이 출품됐다. 전시는 내년 일본 모리미술관으로 이어진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