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고지대 맞춤 로프트 각, 제대로 맞춘 우승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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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13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두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장타자인 그는 대회장 특성을 고려해 아이언샷 비거리를 줄이는 전략을 썼다. [사진 KLPGA]

‘장타 여왕’ 방신실(21)이 ‘하이원의 여왕’으로 거듭나며 올 시즌 2승을 신고했다.

방신실은 13일 강원 정선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의 방신실은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인 김민주(23·11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올 시즌 방신실이 우승한 건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3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4승째다. 데뷔 시즌 2승을 거두며 ‘수퍼루키’로 주목받은 그는 지난 한 해 숨 고르기를 마치고 올해 2승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15번 홀(파5)이었다. 줄곧 1~3타 차로 선두 김민주를 쫓던 방신실은 이 홀에서 투온이 가능한 드라이버를 내려놓고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했다. 이어 세컨드 샷으로 81m를 남긴 방신실은 웨지 샷을 홀컵 1.8m 앞에 떨군 뒤 버디로 마무리했다. 반면 스리온으로 홀컵 4.2m 앞까지 다가간 김민주는 파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공동선두가 됐다.

두 선수의 순위는 이어진 16번 홀(파3)에서 뒤바뀌었다. 방신실이 파 세이브로 마쳤지만, 김민주는 1.8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했다. 기세가 오른 방신실은 17번 홀(파4) 버디로 우승을 예약했고, 마지막 18번 홀(파4)도 파로 마무리해 보랏빛 챔피언 재킷의 주인이 됐다. 우승 직후 방신실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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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방신실. 2023년 KLPGA 데뷔 후 통산 4번째이자 올 시즌 2번째 우승이다. [사진 KLPGA]

이른바 ‘1도의 마법’이 우승에 톡톡히 한몫했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방신실의 이번 대회 필승 전략은 ‘아이언샷 비거리 줄이기’였다. 아이언 로프트 각을 모두 평소보다 1도씩 눕혀 볼이 더 높이 뜨고 거리는 줄도록 세팅했다. 국내 골프장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136m)에 있어 공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거리가 잘 나오는 대회장의 특성을 고려한 역발상이다.

방신실은 “(지난 6일 끝난) 롯데오픈 당시에도 아이언 로프트를 1도 눕혀 대회를 치렀다”며 “당시엔 코스(베어즈베스트 청라) 특성상 볼이 잘 구르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번 대회에도 같은 전략을 선택한 건 비거리가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샷의 비거리가 늘면 경기 진행에 유리하지만, 지나치면 샷감이 달라져 코스별 전략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신실은 “상반기 2승이 목표였는데 달성해 기쁘다”며 “(선두 경쟁이) 워낙 팽팽해 우승 욕심을 내려놓고 나만의 플레이를 지키며 버티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마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도전할지 고심 중이다. 일단 Q-시리즈(예선전) 신청은 해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홍정민(23)이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현경(25)은 최종합계 10언더파로 김소이(29)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올 시즌 평균타수 1위 유현조(20)는 공동 8위(8언더파)를 했다.

KLPGA 투어는 혹서기 2주간 휴식한 뒤 31일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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