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료 안내고, 증인 없는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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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을 꾸리기 위한 인사청문회 ‘수퍼위크’가 14일 시작된다. 보좌진 상대 갑질이나 제자 논문 가로채기, 겹치기 근무 등 후보자별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13일 국민의힘은 “송곳 검증으로 민낯을 벗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사청문회가 ‘맹탕’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후보자가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 상당수를 제출하지 않거나, 핵심 의혹에 대한 자료를 빼고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고만 대응 중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처럼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청문회도 속출하고 있다.
13일까지도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날 검증대에 오르는 장관 후보자 4명(강선우 여성가족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동영 통일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중 3명은 요구받은 자료의 40% 이상을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강선우 후보자는 국민의힘 청문위원이 요구한 자료 230건 중 135건(59%)만 제출했고, 95건(41%)은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 거부 사유는 대부분 ‘개인정보·사생활 보호’로, 후보자 본인과 관련해서도 같은 이유로 거부한 자료가 48건이나 됐다. 강 후보자는 과거 자신이 인사청문위원이던 2022년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자료 제출 거부로 이렇게 기사가 난 후보가 있었느냐”고 질타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배경훈 후보자 역시 여야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1288건 중 759건(59%)만 제출했다. 미제출 사유는 ‘영업기밀’ ‘보유자료 없음’ 등이었다. 정동영 후보자의 자료 제출률은 59%(1332건 중 786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 10일까지는 자료를 한 건도 제출하지 않다가 제출 시한인 11일 무더기로 늦장 제출한 것이다.
논문표절·N잡러·10억횡재 논란에도 “청문회서 소명”만
다만 전재수 후보자의 자료 제출률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국민의힘 측은 밝혔다.
여당의 비협조 속에 청문회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14일 열리는 청문회의 경우 정동영·배경훈 후보자는 증인·참고인 모두 0명이고, 전재수 후보자는 참고인 1명, 강선우 후보자는 증인 2명만 출석한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전직 보좌관을 증인으로 요구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도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배우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해 채택되지 않았다.

김주원 기자
국민의힘은 특혜·갑질 전력과 입시·취업 비리 연루, 논문 표절 등 ‘7대 낙마 기준’을 세웠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힘은 첫날 화력을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후보자에게 집중할 방침이다. 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자신의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 및 변기 비데 수리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는 “전혀 그런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12일에는 보좌진을 공항 보호구역 안으로 불러 짐을 들게 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13일 “강 후보자는 피해 보좌진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다”며 “보좌진까지 악마화하는 인면수심 막장극”이라고 논평했다.
야당은 15일 청문회에 출석하는 5명의 후보자 중엔 원외 시절, 여러 회사에 ‘겹치기’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한 공세를 벼르고 있다. 야당은 허위 급여 수령이나 불법 후원 등을 의심한다. 권 후보자는 “커피 한잔 하는 것 자체가 일하는 것”이라는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김경진 기자
16일 청문회 대상자 중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그는 논문 쪼개기에 제자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후보자와 더불어 이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지난 7일 국회에 총 26쪽 분량의 ‘인사청문회 관련 참고자료’를 제출해 각종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7일에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18일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각각 열린다. 조현 후보자의 경우 한남뉴타운 지정 직전 도로 부지를 매입해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어 논란이 됐다. 그는 “횡재(windfall)했다고 생각했지만 악의성 투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주원 기자
국민의힘은 “표절, 갑질, 탈세, 이념편향, 그야말로 ‘의혹 종합세트’”(곽규택 수석대변인)라고 비판 중이지만 국회 안팎에선 ‘무(無)낙마 청문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7석 민주당은 앞서 의원 과반수의 동의에 의한 인준이 필요한 김민석 총리 임명동의안을 자력으로 통과시켰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은 안철수 혁신위원장 사퇴 파동을 겪는 등 여전히 내홍에 휩싸여 있다. 진행 중인 ‘3대 특검’ 수사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저격수를 자처했던 주진우 의원이 역공을 당하는 모습도 야당 의원들을 움츠러들게 만든 원인이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인사검증을 위한 ‘이재명 정부 공직 후보자 국민검증센터’를 지난 8일에서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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