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항공 특화' 사천, '전담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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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종포일반산업단지는 모든 부지가 분양에 성공했다. 항공기 동체 조립 기업 아스트, 항공 부품 제조기업 씨엔리, 부품 표면처리 등을 하는 한국표면처리 등이 입주해있다. 이수정 기자

8일 경남 사천시 경남테크노파크(TP) 우주항공특화본부. 항공기 부품 생산 중소기업 ‘씨엔리’ 직원들이 헬리콥터 문을 만들고 있었다. 항공 부품 제작에 필수인 높이 5m 이상의 대형 장비 ‘오토클레이브’ 등 고가 장비를 이곳에서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63) 씨엔리 대표는 “산단 내 중소기업을 돕는 TP가 있어 사업 확장이 쉬웠고, 인근 종포 산단에는 관련 기업이 집적해 협력이 쉽다”고 말했다.

기업이 몰리는 산업단지는 무엇이 다를까. ‘항공’이란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산단을 조성한 사천시와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대기업이 포진한 울산광역시는 잘 되는 산단의 시작은 ‘유치 그 이후’부터 라는 점을 보여준다. 산단을 이끄는 ‘앵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및 미래 전략이 산단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군락이룬 앵커·중소기업

잘 되는 산단엔 ‘잘 되는 기업’이 있다. 다만 이 기업과 주변 기업이 시너지를 내도록 지자체가 빠르게 움직인다. 사천엔 사천공항을 기점으로 앵커 기업 한국항공우주(KAI)부터 100% 분양된 종포산단까지 항공 부품 제작 회사들이 모였다. 1999년 KAI 출범과 협력 업체 증가로 항공 부품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진 데는 적극적으로 산단 조성에 뛰어든 지자체 역할도 컸다. 경남도 산하 경남TP는 우주항공특화본부를 사천에 분화해 중소기업 연구개발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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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원조’ 국가산단이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주요 앵커기업이 포진한 울산 미포국가산단도 마찬가지다. 울산에는 2곳의 국가산단과 개발 예정 부지를 포함한 26곳의 일반산단이 있다. 울산시 전체 면적 약 1000㎢ 중 10분의 1에 가까운 92㎢가 산단으로, 산단 분양률은 91%~100%에 육박한다. 자동차 관련 제조업, 석유화학 산업 협력사들이 시너지를 낸다.

잘 되는 산단 뒤엔 지자체 ‘기획력’

지자체가 산단의 미래를 그리는 ‘전략가’로 나섰단 점도 공통점이다. 사천시는 종포산단 인근에 ‘우주항공국가산단’을 유치해 항공 산업과 밀접한 ‘우주’ 분야로 지역 산업을 확장했다. 우주항공청과 항공부품 제조 집적지 등이 들어선다. ‘기업 맞춤형 산단’도 꾸렸다. KAI·한국항공서비스(KAEMS)와 만든 ‘용당 항공MRO산단’이다. 사천공항·KAI·KAEMS를 잇는 이 곳엔 KAMES의 민·군수 정비공장이 있다. 박용국 사천시 투자유치산단과장은 “기업은 저렴하게 부지를 쓰고, 지자체는 재정 손실 위험을 줄이며 항공 MRO 산업을 지역 먹거리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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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당 항공MRO 산단은 지자체가 수요 기업과 협의 후 조성한 '맞춤형 산단'이다. 먼저 조성된 부분에 한국항공서비스의 정비동이 입주해있다.

SK가 울산 미포 산단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배경에도 울산시가 있다. 울산시는 3년째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기업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인허가 컨설팅 등을 챙긴다. 전담 공무원이 기업에 출근해 밀착 지원하는 식이다. 송연주 울산시 기업현장지원과장은 “SK에 데이터 센터 미포 산단 입주 시 민원이 없고, 인허가도 빠르게 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RE100 산단이 ‘빈깡통’ 안되려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산단 조성’ 역시 산단 조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서남권 지역·울산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RE100 산단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미래 기술 기업·모빌리티 기업 유치가 큰 과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이 RE100 산단 추진에 대해 “규제 제로 정책, 교육·정주 여건 지원, 입주사 전기요금 할인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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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수도권을 선호하는 인재 유치를 위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청년친화형 혁신지구 ‘코르텍스’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생명과학 산업을 활용해 앵커 기업의 자금력으로 도시 인프라 재구성에 힘썼고, 25세~34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으로 증가한 사례다. 사천시도 국제학교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지역산업정책실 연구위원은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 장점이 기업이 원하는 입지와 겹칠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파격적인 유치 조건과 정부 및 지자체의 사후 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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