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말 안 듣는 파월 찍어누르기?…트럼프, 연준 '3조 공사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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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기 위한 명분으로 파월 의장 재임 중 진행된 연준 건물 보수 공사의 과도한 예산 지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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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케빗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보수 공사 비용이 파월 의장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하느냐의 여부는 러셀 보우트(백악관 예산관리국장)가 연준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들이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번 공사가 미국 역사상 FBI 청사 보수에 이어 두 번째로 비용이 많이 든 사례라며 "연준이 해명해야 할 게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지만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은 분명히 그럴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해싯 위원장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은 보우트 국장의 서한과 해싯 위원장의 발언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파월 의장 해임의 근거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준 건물 보수 비용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보우트 국장은 지난 10일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그의 재임 기간 중 연준 본부 보수 공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투입돼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항의했다.

공화당과 백악관 측은 연준이 옥상 정원, 인공 폭포, VIP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하면서 공사 비용이 당초보다 7억달러(9600억원) 늘어난 25억 달러(약 3조 4000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도 현재 달러 가치로 30억 달러(약 4조1000억원)정도다"라며 연준 보수공사 비용이 궁전을 짓는 비용만큼이나 든다고 주장했다.

보우트 국장은 연준에 대해 업무일 기준 7일 내 답변을 요청했다. 악시오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 해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 '루저'(loser),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며 원색적인 언어로 비난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파월 의장에게 "당신은 기준 금리를 크게 내려야 한다"면서 "수천억 달러를 (높은 금리로 인한 국채 상환 비용 증가로) 잃고 있다. (미국에는) 인플레이션도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장 불안 등을 우려해 해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금융 규제 전문가 캐스린 저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의혹 제기를 볼 때 그 맥락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백악관이 하려는 것은 이슈를 대중화해 파월 의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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