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조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이른바 'VIP 격노' 회의에 참석했던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이번 주 내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또 조태열 외교부 장관,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당시 안보실 2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도 소환해 순차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이번 주에는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과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또 "당시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떻게 지시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참석자였던 만큼, 여러 의혹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 이충면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왕윤종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도 이번 주 내로 진행된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직후 격노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고, 이로 인해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조사 방향이 변경됐다는 의혹이다.

지금까지 이 회의의 구체적인 안건이나 참석자 명단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태효 전 1차장, 이관섭 전 국정기획수석,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충면·왕윤종 전 비서관이 참석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들 참석자들을 상대로 회의 당시 상황은 물론, 7월 31일 회의 이전부터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김태효 전 차장은 지난 11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보고를 받은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의에서 관련 보고가 없었고, 격노한 사실도 없다"던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김 전 차장이 'VIP 격노'를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특검팀은 'VIP 격노설'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최초로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해서도 이번 주 추가 조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중요하게 불러 조사해야 할 피의자"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 수사로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다. 다만 내란 혐의 조사와 관련한 출석 요구에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부터 국방부, 국가안보실, 윤 전 대통령 자택 등 20여 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휴대전화 30여 대와 하드디스크 10여 개 등 압수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