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우즈 닮은 김주형, 역경 극복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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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3라운드 14번 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는 김주형. 성호준 기자

샷을 마친 김주형(23)은 아이언을 바람개비처럼 돌렸다. 14일(한국시간) 영국 에든버러 인근 더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 투어 공동 주관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3라운드 15번 홀에서다. 5번 아이언으로 친 볼은 맞바람을 뚫고 가다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 벙커 뒤에 숨은 핀 옆에 내려앉았다. 그는 샷이 마음에 들 경우 자신도 모르는 새 아이언을 돌린다. 이번 대회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보였다.

PGA 투어에 혜성처럼 나타나 2승을 하고 프레지던츠컵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2022년 가을의 일이다. “김주형은 세계 1위를 할 선수”라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 미디어가 그렇게 보도했다. PGA 투어 측도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를 거울로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2승을 기록할 때 그는 만 20세 3개월로, 우즈(20세 9개월)보다도 빨랐다. 이런 평가에 그는 “우즈와 비교되는 건 영광이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한참 더 배워야 한다”고 반응했다.

김주형은 자신의 말처럼 성장통을 앓았다. 지난해 비공식 대회를 포함해 네 차례나 2위를 했지만, 우승이 없었다. 올 시즌에는 이번 대회 전까지 19경기에서 7번 컷 탈락했다.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동 7위 이후 최고 성적은 공동 33위. 페덱스 랭킹은 94위로 처졌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불 때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치다 보니 나쁜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어드레스 후 잠시 굳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이 많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몸이 안 움직인다.

운도 나빴다. 지난해 김주형은 파리올림픽을 포함해 네 차례나 최종라운드를 스코티 셰플러와 같은 조에서 경쟁했다. 전성기의 우즈 같았던 2024년의 셰플러를 이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패배의 실망이 덜 한 것도 아니다. 캐디 문제도 있었다. 그의 가방을 메던 캐디 조 스코브론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루드빅 오베리한테 갔다. 새 캐디 폴 테소리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듯했다. 이번 대회에서 임시 캐디를 쓴 그는 새 캐디를 구할 예정이다.

디 오픈 직전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공동 17위(최종합계 6언더파)로 반등한 김주형은 “2라운드에는 과거의 기량이 100% 돌아온 것 같았다. 전에는 ‘어디로 치면 안 되겠다’를 걱정했는데, 샷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어디로 칠까’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순위가 아니라 자신감을 되찾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가 우즈와 가장 닮은 건 정신력이다. 2022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5타 차로 우승했다. 2023년 디 오픈에선 발목 부상에 악천후가 겹쳤지만, 오히려 점수를 줄여 준우승했다. 어려울수록 투지가 빛났던 그는 “이번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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