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작권 전환 ‘20년째 현안’ 인데…새 협상 개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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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장병들이 지난 6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육군]

한·미 간 관세-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 협상 국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논의 중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정부가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11일 대통령실) “협상 카드가 아니다”(13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라며 연일 선을 긋고 있다. 워낙 폭발력이 큰 사안인 데다 안보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특성 때문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의 접근은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전작권 전환을 미국과 협의 중인가.
지금 새로운 협의를 개시했느냐는 뜻이라면 아니다. ‘20년째’라는 전제를 붙이면 맞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진 전쟁·전투 시 작전통제권을 한국 합참의장에게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2006년),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았다(2007년). 하지만 북한의 위협 고도화 등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미뤘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양국은 기존의 ‘시기’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방식을 ‘조건’에 기반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6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양 측은 매해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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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현재 미국과의 안보-관세 패키지 딜 과정에서 논의 대상인가.
대체로 아니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문제는 이전 정부부터 장기적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안보 트랙 협의는 한국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5%로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 국방 예산은 GDP 대비 2.3% 수준이다. 다만 모든 협상이 그렇듯 의제는 언제든 확장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했는가.
아니다.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한국이 전시에 연합 방위체제를 이끌고 전구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더해 전환 시점의 정세에 대한 평가도 별도로 이뤄진다. 매해 연합훈련을 통해 일종의 ‘모의고사’를 치르지만, 아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조건 충족 없는 전환도 가능한가.
지금의 한·미 간 합의가 유지된다면 불가능하다. 크게 세 가지 기준이지만, 하위의 세부 항목이 무수히 많고 객관적으로 계량화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항목도 다수다. 여당 일각에서 법 개정 등을 운운하는 건 맥락에 맞지 않는 이야기인 셈이다. 물론 한·미가 ‘조기 전환’에 방점을 찍기로 다시 합의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조건 충족 검증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11일 처리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은 “한반도에서 미국 군사 태세의 축소나 연합사령부의 전작권 전환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보증하기 전까지 그런 조치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전작권 전환은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가.
그렇다.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으로 포함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대 대선 당시에는 전작권 조기 전환을 주장했는데 “전작권 회수를 빨리해야 한다고 했지, 조건 필요 없이 한다는 이야기는 한 일이 없다”(2022년 2월 토론)며 조건 충족도 함께 언급했다.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는 “독립국가인데 군사주권을 다른 나라에 위탁하거나 공유하는 나라가 우리 빼고 어디 있느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2년 8월) 21대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전작권 전환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할 때 전작권 전환의 역사와 개념 등을 물으며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은 유리한 협상 카드인가.
그렇다, 아니다로 단언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비용은 적게 들이고 동맹의 부담을 더 키우면서 중국을 효율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해외 주둔 미군에 들이대려 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데, 이는 곧 한반도 위기 시 한국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가능하다. ‘한국 방어는 스스로 하라’는 고립주의 기조의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조건 충족 없는 전작권 전환 시 안보 공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협상카드화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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