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희숙 "尹과 당의 과오 각인하듯 새겨야…이대로면 죽는 길" [혁신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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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첫번째 목표는 탄핵의 바다를 확실히 건너는 것이고, 그 다음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논란에 휩싸인 김민석 국무총리,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인 정치적 토대를 만든 건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선 논란 등 이재명 정부의 ‘리스크 낙수’(落水)가 끊이질 않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부각하지 못하고 증발시키고 있다”며 “대선 패배 이후에도 한치도 쇄신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혁신위원장은 독이 든 성배로 통했다. 당을 되살릴 쇄신책을 마련하는 난제를 떠안지만, 권한이나 활동 기한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 내정 닷새만인 7일 사퇴하자 당내에선 혁신위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9일 혁신위 방향타를 잡은 윤 위원장은 “당인(黨人)으로서 국민의힘이 망하는 길, 죽는 길이 너무 뻔히 눈앞에 보이는데,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며 “이대로는 계엄·내란 정당이란 프레임에 갇혀 당이 부서지는 일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임명 5일간 처방을 잇따라 내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과 이를 막지 못한 당의 과오를 당헌·당규에 새기고,▶대선 참패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통령 관저 앞 시위 등 ‘8대 사건’ 관련자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숙 표 혁신안의 성패를 놓고 당내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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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앞줄 왼쪽)와 윤희숙 신임 혁심위원장 및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뒤숭숭한 상황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손 놓고 죽는 길을 택할 순 없지 않나.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탄핵의 바다를 확실히 건너는 것이고, 둘째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대결을 펼칠 수준의 정당으로 재건하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성공한 혁신위는 없다’는 자조도 있는데.
“8월 전당대회까지 한 달간의 시간을 누군가는 의미 없는 시간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당을 소생시킬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 뭐라도 하고, 바꿀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상처를 봉합하자는 이들도 있다.
“혁신위를 바라보는 당 주류의 시선을 재단하진 않겠다. 하지만 적어도 당헌·당규 개정은 관철하겠다. 윤 전 대통령과 당의 과오를 돌에 각인하듯 새기는 건 탄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일부 의원들은 ‘사과 좀 그만하자’고 한다.
“많은 국민은 사과답지 않은 사과라고 본다. ‘계엄으로 인한 불편을 사과드린다’는 게 사과인가. 우리 당이 그 과정에서 이런 행태를 보였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설명하는 게 사과다.”
대선 후보 교체, 관저 앞 시위 등 관련자들이 정말 사과하겠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진솔한 사과를 한다면 그걸 시작으로 선순환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사과를 거부한다면
“당원 소환제 대상을 국회의원 등으로 확대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건 이 때문이다. 당원 소환을 통해 특정 지역구 의원을 강제 불출마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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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 전환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마치 봉숭아 학당 같은 계파 갈등의 통로가 된 최고위원회를 없애고, 대표 중심의 집행부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현재 돌아가면서 맡는 식의 시·도당 위원장을 당원들이 직접 뽑는 시도당 대표로 바꾸는 것이다.”
시·도당 대표 직선제가 왜 중요한가
“지금 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역 조직이 중앙당 눈치만 보는 것이다. 17개 시·도당 대표를 당원이 직접 뽑는다면 명분과 경쟁력을 갖춘 정치인들을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에 버금가는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춘 서울시당 대표가 등장할 수 있다.”
당심이 민심과 괴리됐다는 말도 있지 않나.  
“계엄 사태 이후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당을 오래 지켜온 당원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혁신 과정에서 부각될 것이다.”
차기 지도부가 혁신안을 잘 따를까.
“지도부의 선의에 맡길 일은 아니다. 혁신위가 국민과 당원의 공감을 얻어내는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통이다. 21대 총선 때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고,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여의도연구원장을 거쳐 9일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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