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가 달라졌다…푸틴 대신 유럽 손잡고 '우크라 지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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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마르크 뤼터(왼쪽) 나토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신 유럽과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반복된 러시아의 평화 협정 회피와 국내 여론의 압박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외교 노선이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유럽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미국산 무기를 유럽에 판매하고, 이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방식의 방안을 수용했으며, 50일 내 러시아가 휴전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러시아 및 교역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불과 5개월 전 같은 자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질책하고, 취임 이후 줄곧 유럽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트럼프 중재 외교의 급변”이라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다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이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변화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씩 진행해온 휴전 및 평화 협정 체결이 되려 러시아의 반발과 공세 확대로 이어진 데에 따른다. 무엇보다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수장과의 회담 전 내각에 “푸틴에게서 헛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센터(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의 여론조사(6~8일, 오차범위 ±2.2% 포인트)에서 유권자 2044명 중 60%는 “트럼프가 푸틴에게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73%, 중도층의 58%, 공화당 지지층의 48%가 같은 평가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교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과반(53%)에 달했다.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 방어 전략을 지지하며 대러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엔 직접 개입보다는 간접 지원을 통해 부담을 줄이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거듭 이번 전쟁을 “바이든의 전쟁, 민주당의 전쟁”이라 칭하며 거리를 두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NYT 역시 “트럼프가 전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뉴햄프셔주) 상원의원은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푸틴에게 이용당했다는 점을 이제야 인식한 듯하다”면서도 “(변화된 입장이) 얼마나 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트럼프의 말은 헛소리”라며 “50일 안에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날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2% 넘게 하락했고 모스크바 증시는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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