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정은경 "가족농사"라는데…전 땅주인 부인 "사실상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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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남편 소유 농지. 평창=채혜선 기자

지난 9일, 강원 평창군 원길리.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 서모(65)씨가 소유한 농지(밭) 5000여㎡에는 감자 등이 심겼다. 이 밭을 두고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 후보자 측은 "배우자 중심으로 가족이 농사를 지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농지 옆에서 만난 마을 주민 A씨는 "평소 내가 (서씨 밭에) 농약을 치고, 필요하면 사람도 쓴다. 사실상 내 땅처럼 농사짓는다"고 밝혔다. A씨는 해당 농지의 전(前) 소유주이자 서씨의 오랜 지인인 B씨(사망)의 부인이다. 그는 과거 B씨가 주로 맡았던 경작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15일 정 후보자가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 자료에 따르면 평창 원길리 소재 2필지를 남편 본인이 경작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정 후보자 측은 "배우자가 1995년부터 현지 지인 농사에 참여하다 1998년 농지 일부 매입을 권유받아 취득했다"면서 "배우자 중심으로 가족이 농사를 지었으며, 노동력 부족시엔 배우자 친구들과 현지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농지 직불금에 대해선 "직불금 신청과 수령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 후보자 해명과 달리 평소 서씨 밭을 관리하는 건 농지 근처에 사는 A씨였다. A씨는 "(서씨 땅으로) 소유권만 달라졌지, 우리가 처음 농사지을 때와 크게 달라진 상황은 없다"라고 했다.

정은경 후보자 부부와 "가족끼리 서로 잘 아는 30년 인연"이라는 A씨는 두 집이 같이 농사를 짓는 '공동경작' 형태임을 강조했다. "서씨가 수년 전에 심은 묘목을 관리하고, 예초기로 밭 잡초를 제거하는 등 농사일에 익숙하다. 씨 뿌릴 때도 같이 한다"면서 "정 후보자도 코로나19 방역으로 바빴던 시기 등을 제외하면 종종 이곳을 찾았다. 이번 대선 후에도 두 번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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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상적인 농사일은 온전히 A씨의 몫이다. 그는 자신의 농지와 서씨 밭을 오가면서 농작물을 재배한다고 설명했다. 서씨 밭에서 나오는 감자 등 농작물도 A씨가 처분을 주도한다고 했다. 그는 "수확 후 정은경 후보자 부부가 필요한 만큼 챙기고, 나머지는 농협에 출하한다. 정씨 부부가 이걸로 돈을 벌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남편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필요할 때 지인 도움을 받는다는 정 후보자 설명과 배치된다.

농지 소유주가 다른 이에게 경작을 맡길 때 이뤄지는 임대차 계약도 맺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서로 막역한 사이라 실경작 여부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된 B씨가 2005~2008년, 2012년 받은 농업 직불금도 이들이 사실상 서씨 대신 농지 경작을 도맡았다는 증거 중 하나다. 직불금은 실제로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에 주는 보조금 개념이다. 평창군 관계자는 "지급 당시 기준에 따라 B씨의 실경작이 확인돼 직불금을 준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행 농지법상 실경작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서씨는 1000㎡ 이상 농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의 '농업인' 조건에 걸쳐있긴 하지만, 경작을 주도하지 않는 만큼 합법·불법의 경계에 있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서씨 보유 2필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02년 ㎡당 4080~4600원에서 올해 2만7100원~3만4700원으로 올랐다.

서명옥 의원은 "배우자가 농사를 주도한다는 정은경 후보자 측 설명과 달리 지인이 실경작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거짓 해명을 했다면, 정 후보자는 장관직에 오를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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