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웅 "尹, 특수부 구태의 대표…김건희 수사가 檢 최대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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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12ㆍ3 비상계엄의 내란ㆍ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청구한 영장이 지난 10일 법원에서 발부됨에 따라 정치적 파장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웅(55)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12ㆍ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1년 전에 예견했던 검사 출신 보수 진영 정치인이다.

2023년 12월 15일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보내려 하자 “우리 당의 문제는 ‘용산 2중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이대로면 총선에서 참패해 의원 숫자가 부족해져 내년에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신의 경고가 현실이 된 지금 김 전 의원은 몰락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입은 거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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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검찰에서 가장 잘 나가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인사다. 그를 지난 6ㆍ3 대선 전후로 수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전민규 기자

‘검사 정치의 실패’란 평가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와이프(김건희씨)가 수상한 사람에게 버젓이 명품 핸드백(디올백)을 받는데 세상에 어떤 검사가 수사를 무마시키고 난리를 치겠나. 검사라는 특정 직역의 실패로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규정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잘못과 책임이 경감된다.”
국정 운영 방식이 검찰 방식이란 지적이 많았다.
“그건 특수부 검사의 문제다. 검사는 직접 수사하는 게 아니고, 경찰 수사를 통제하려고 만들어진 직업이다. 그런데 특수부 검사는 반대다. 자기들이 직접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옛 대검 중수부에서 이어진 특수부의 잘못된 구태를 완전히 체화한 대표적 인물이 윤석열이다.”
특수부는 어떻게 다른가.
“소위 말하는 윤석열 사단의 수사를 보자.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그 사람은 잡아넣으려고 한다. 그런 사고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상대는 무조건 적이다. 반대로 자신은 거악과 싸운다고 착각하며 경우에 따라 절차와 법을 위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주요 직을 검찰 출신이 꿰찼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란 옹달샘에서만 자랐다. 옹달샘에선 피라미가 힘이 제일 세고 빠르다. 그러다 큰 바다로 나가게 됐는데도 자기 눈엔 돌고래보다 피라미만 보인다. 특수통의 착각 중 하나는 수사하면 자신이 그 분야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 법무부를 수사한 검사가 법무부 장관, 금융계를 수사한 검사가 금융감독원장, 대검 사무국장이 대통령실 운영 담당자가 됐다.”
인사 문제의 대표적 사례는.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다. 친윤 1호,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1호였다. 비대위원장으로 갈 때 내가 ‘북한 김주애(김정은 위원장의 딸) 등극을 따라 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한 이유다. 윤 전 대통령의 한동훈 발탁은 마치 월드컵에 자기가 속한 조기 축구회를 보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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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번째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12ㆍ3 비상계엄 발동도 특수부 검사 경험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국민을 상대로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상대를 힘으로 없애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으니 극약 처방인 계엄을 들고나온 것 같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검사 출신을 ‘정치적 메시아’처럼 떠받든 보수 정치권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검사 출신의 문제는.
“검사란 과거의 잘못을 캐는 직업이다. 검사는 본질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훈련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정계에 입문한 뒤에 이런 본질적 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검사 윤석열은 정의로운 검사의 상징 아니었나.
“동의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은 ‘사람 잘 잡는 검사’였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광범위한 정치보복을 했고, 그 칼잡이로 윤석열 사단을 이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와 원수가 된 윤석열의 특기를 탐낸 보수 진영이 그를 영입한 것일 뿐이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 정치권에 가 보니 여의도가 검찰보다 줄 세우기와 상명하복 문화가 더 심했다.  한놈(실세)한테만 가서 고개 숙이고 말 잘 들으면 공천해 주니까. 윤 전 대통령이 공천권과 인사권을 쥐면서 바른 소리 하고 소신 있는 사람은 다 날리고 ‘권력의 주구(走狗)’만 키웠다. 자기가 권력 잡고 정치하는 데 더는 사나운 늑대는 필요가 없어졌다.”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셌던 것 아닌가.
“그만큼 정치에 미숙했다는 증거다. 과거 ‘3김(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이 윤 전 대통령보다 당 장악력이 약했겠나. 그런데도 3김은 100중에서 70 정도만 챙기고 30은 여지를 남겨두는 정치를 했다. 권력에는 여름만 있는 게 아니라 겨울도 있다는 걸 3김은 알았던 거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 미숙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국민의힘 중진 중에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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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4일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던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뒷짐 지고 배웅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사표를 냈다. [한국일보 제공]

악어와 악어새 같은 정치권과 검찰의 공생 구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권력은 선거 전리품 삼아 인사를 주무르며 검찰을 활용했고, 그 대가로 검찰은 권력의 일부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치권과 결탁한 검사들은 쉽게 공천받아 여의도로 직행한 사례가 많았다. 법조계 인사들조차 검사 출신은 일정 기간 정치 참여를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검찰이 이제는 권력에 취약해졌다.
“대통령 힘의 대부분이 인사권에서 나온다. 특히 사정기관 인사권을 전적으로 쥐고 흔든다. 그래도 과거엔 능력을 보며 적절히 나눴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말 잘 듣는 검사만 득세하면서 룰이 깨졌다. 당시 최대 수혜자가 윤석열 사단이었다. 그걸 본 검사들은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잽싸게 움직여주면 보상이 가장 크다는 것을 눈치챘다.”
윤 정부에서 검찰 수사는 공정했나.
“윤 정부 시절에 검찰이 큰일났구나 생각한 계기가 두 가지다. 첫째는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기소다. 검찰이 불문율을 깨고 부모에 이어 딸까지 기소했다. 정치보복 수사를 자인하는 상징적 기소였다. 둘째는 김건희씨 출장 조사다. ‘법 앞에 평등’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4년간 수사해도 나오지 않는다던 김건희씨 주가조작 혐의 물증이 정권이 바뀌자 한 달 만에 결정적 녹음파일이 나왔다.

윤 정부 검찰이 봐주기 수사한 것인가.
“검찰이 유독 김건희씨 앞에서 약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 부인을 수사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검찰은 부당한 지시에 맞서야 했다. 권력을 쥔 거악과 싸울 게 아니라면 검찰이 왜 존재해야 하나. 김건희씨 수사는 검찰의 가장 큰 업보이자, 향후 수십 년간 검찰의 가장 아픈 약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자업자득”이라고 질타했다.
“검찰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많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은 지금 자신들의 의혹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보복이다. 여권이 추진한 ’3대 특검‘엔 검사가 대다수 투입됐다. 개혁의 대상을 국가 정상화를 위한 특검에 차출한 것은 모순 아닌가.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도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부처럼 검찰을 민주당에 호의적인 검찰로 만들거나, 그게 아니면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수사인 검찰 특별수사를 없애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 권력이 검찰을 탐하는 것은 특별수사로 상대를 손쉽게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특별수사를 놓고 본연의 임무인 경찰 수사 통제에 전념하면 정상배(政商輩)들이 검찰을 오염시키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수사통제, 경찰은 치안 기구로 재정립하면 된다. 대신 미국처럼 별도의 ’한국형 FBI(연방수사국)‘를 만들어 수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권을 수사(중수청)와 기소(공소청)로 분리하려는 이재명 정부와 비슷한 방안 아닌가.
“아니다. 이 정부는 수사와 기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하려 한다. 이 경우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대형 경제사범에 대한 공소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은 별도의 독립기구에서 기소를 결정하고, 공소유지엔 수사 검사가 참여하는 식으로 해서 상호견제가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실수하고. 사람이 하는 수사도 실수할 수 있다. 민주당에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모든 수사는 통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배 검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검사가 마주하는 국민은 자기 책상 위에 있는 사건 기록이다. 그 기록을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보면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대중은 변덕스럽지만, 진심으로 성실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면 국민은 당신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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