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00년 역사의 도시 툴루즈, 이젠 ‘유럽 우주항공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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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블라냐크 공항에 주기돼 있는 A330-743L 항공기. 에어버스가 유럽에 공장이 흩어져 있는 사업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툴루즈 공장으로 옮겨오는 초대형 수송기다. 이 항공기는 기수의 독특한 모양이 흰고래를 닮았다고 해서 ‘벨루가’라 불린다. 이철재 기자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블라냐크 공항 활주로엔 A330-743L가 항상 주기돼 있다. 독특한 모양이 흰고래를 닮아 ‘벨루가’라 불리는 A330-743L은 유럽의 우주항공 제조사 에어버스가 대형 부품 운송용으로 만든 초대형 화물기다.

툴루즈는 인구로는 한국의 평택, 넓이론 수원만 하다. 2000년 역사의 고도(古都) 툴루즈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꼽힌다. 벨루가는 오늘의 툴루즈를 상징한다. 장-클로드 다르들 툴루즈 부시장은 “유럽 우주항공 산업의 수도”라고 자랑했다.

에어버스·탈레스·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사프란 등 다국적 우주항공 기업의 공장과 연구소, 사무실이 툴루즈에 있다. 프랑스의 국립 우주연구센터(CNES), 국립 항공우주연구소(ONERA),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 국립 민간항공학교(ENAC) 등 연구·교육 기관도 들어섰다. 유럽 우주항공 산업 인력의 25%가 툴루즈에 있다. 유럽 최고의 툴루즈 우주박물관도 빠질 수 없다.

툴루즈가 우주항공 도시로 탈바꿈한 배경엔 프랑스 정부의 지방 분산 정책이 있다. 1968년 샤를 드골 대통령은 ISAE-SUPAERO와 ENAC을 툴루즈로 옮겼고, CNES·ONERA의 연구소를 툴루즈에 세웠다. 지방 도시를 키워 파리로의 인구 집중을 막으려는 목적에서였다. 다르들 부시장은 “당시 엔지니어들의 반발이 컸고, 정부는 ‘1년만 살아봐라’고 달랬다”며 “1년 후 아무도 파리로 되돌아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기후가 좋고, 물가와 집값이 싸 파리보다 생활 여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라는 게 다르들 부시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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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풍부하고 우수한 인력은 툴루즈 우주항공의 동력원이다. ISAE-SUPAERO는 ‘그랑제콜’로 불리는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 중 하나다. 에마누엘 제누 대외협력실장은 “학생의 90%가 외국인”이라며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툴루즈의 우주항공 업체는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ISAE에서 100m 거리에 ENAC이 자리 잡았다. ENAC은 조종사·관제사를 양성하는 국립대다.

툴루즈는 2005년 보르도 등 프랑스 남부 도시들과 함께 ‘에어로스페이스 밸리(Aerospace Valley)’를 설립했다. 우주항공 클러스터(산업 집적지)로 크기 위해 여러 도시가 힘을 합친 것이다. 틸로 쇤펠트 국제협력담당관은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는 프랑스 우주항공 산업의 40%를 차지한다”며 “현재 R&D 프로젝트 920여 개(20억 6000만유로·약 3조 3000억원)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612는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의 우주항공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이름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의 소행성에서 땄다. 툴루즈는 생텍쥐페리가 1920~30년대 우편 비행기를 몰던 곳이다. 권홍우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고문은 “클러스터는 국가 산업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러 곳이 연계해 발전하는 전략을 세워한다는 게 툴루즈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우주항공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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