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온라인 소비 늘어나면 지방 자영업 고용 감소…영세할수록 타격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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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남편과 함께 등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손모(41)씨는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 2명을 쓰고 있다. 맛집 골목에 10년 전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주방과 홀에 직원이 2~3명 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매출이 급감했고, 이후 배달 플랫폼을 쓰기 시작하며 직원들을 내보냈다. 손씨는 “최근에 주변 사무실이 없어진 데다, 직접 매장을 찾던 손님들이 이젠 배달로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주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고용·매출 양극화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광주에서 열린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내 온라인 소비의 비중 1%포인트 상승할 때, 비수도권 지역의 자영업 고용은 1만명당 9.8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는 6.1명, 종업원은 3.7명이 줄었다. 자영업자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폐업도 많다는 의미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규모가 크고 수도권에 있는 업체들은 플랫폼이라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서 성과를 내었던 반면, 전통적인 점포 소매에 주로 의존하던 영세한 비수도권 업체들은 영업 기반이 더 악화하며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규모별’ 양극화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양극화를 가늠할 수 있는 전국 자영업체 5분위 분배율(하위 20% 대비 상위 20% 매출액 배율)을 보면, 소매업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2019년 109.9배에서 2022~2023년에는 235.3배로 크게 벌어졌다.

“한계 자영업자 금융지원, 주변 점포 매출 떨어뜨려”

이런 ‘부익부 빈익빈’은 지방에서 더 심했다. 지역 내 음식 배달 플랫폼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하면 매출 상·하위 20% 업체 간 성장률 격차가 수도권 3.2%포인트, 비수도권 6.3%포인트로 확대됐다. 배달의민족·쿠팡 같은 배달 플랫폼 성장으로 음식점업에서도 대형 음식점이 더 큰 혜택을 받았고, 이 현상은 비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이나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장은 “(매출 상위 업체는) 온라인을 활용해 영업지역이 전국으로 넓어지며 대기업·대규모화됐을 것”이라며 “자기 지역에서 장사하시던 분들은 온라인 업체나 대규모 업체가 들어오며 영업 기반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금융 지원이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체의 폐업 방지에 쏠려 비효율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이 2018~2023년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은 도소매업과 음식점업을 분석한 결과, 정책 자금 수혜를 받은 곳은 1년 뒤 매출은 8.8%, 고용은 1.2% 늘었다. 폐업 확률도 1.6%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대부분 창업 초기·소규모·청년층 업체에 집중됐다.

특히 금융 지원을 받는 저성장(3년간 매출 역성장 등) 업체의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지역 내 다른 자영업체의 매출은 1.7%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경쟁력을 잃은 업체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오히려 다른 업체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민수 팀장은 “경쟁력이 낮은 업체가 금융 지원을 받아 계속 점포와 종업원을 유지하게 되면, 정상적인 업체들의 생산 비용도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플랫폼 경제의 영향력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도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을 선별해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창용 총재는 “안전망을 촘촘히 강화해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도모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러운 전업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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