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태원 상의 회장 “트럼프 관세, 경주 APEC서 해결되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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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1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65) 회장의 직함은 2개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그리고 재계 2위 SK그룹의 회장. 그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오랫동안 반대 의견을 밝힌) 상법 개정도 다수가 원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SK 회장으로선 “아무리 정부가 추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이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맞아야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시기와 장소 모두 의미 있는 자리였다. 먼저 시기상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재계와 ‘관계 설정’이 중요한 때 열렸다. 장소는 10월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지인 경주로 잡았다. 최 회장은 재계를 둘러싼 현안, 이재명 정부와 파트너십, APEC 준비상황, SK 경영 현안 등 크게 네 꼭지에 걸쳐 1시간여 발언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먼저 상의 회장으로서 지난 정부 시절 줄곧 반대한 상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다수가 필요하다고 믿고, 결정한 법안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는 없다. 개정안을 운영해 보고 문제가 심각하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선 “정부 스스로 친(親)기업 정부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기업에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며 “대응이 꼭 1대1 방식은 아닐 것이다. (정부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규제를 푸는 식으로 받아낼 수 있는 트레이드(거래)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민·관 원 팀이 필수인 시대다. 이 대통령이 원팀을 잘 끌고 나갈 리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1호 공약인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에 대해선 “AI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한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 수 있다”며 “정부가 AI 시장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관례상 ‘투자 보따리’를 펼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 정부가 그런 계획 자체를 묻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으로서 “APEC에 사람을 많이 끌어모았느냐가 성공 여부는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인프라 준비는 문제없다고 본다. 다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무엇을 얻어가도록 할 건가’를 준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를 흔드는 ‘트럼프 관세’ 문제가 각국 정상이 모인 APEC에서 해결되는 그림이 최선이 아닐까 바라본다”며 “참석자가 APEC에서 만나 협상하고, 계약하고, 서명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도록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SK 수장으로서 그룹을 둘러싼 이슈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AI 시대에는 기존 반도체 칩의 사이클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 계열사의 RE100 산단 입주 여부에 대해선 “RE100 목표에 너무 집착하면 이상해진다. 빅 테크도 RE100을 포기했다”며 “산단 입주는 어디까지나 가격이 맞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장남인 최인근(30) 씨가 SK이노베이션 E&S를 떠나 컨설팅 회사로 옮긴 것과 관련해선 “자녀를 ‘방목형’으로 키웠다. 밖에서 후계 수업이라고 하지만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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