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수요자도 비상, 대출 대란 또 오나…5대 은행, 하반기 대출 3.6조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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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출 규제’의 후속 조치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하반기 가계 대출 총량을 3조원 넘게 줄이기로 했다. 은행이 새로 할 수 있는 대출액 범위가 쪼그라들면서, 실수요자까지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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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거리에 붙은 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20일 5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 자료요구·제출시스템(CPC)을 통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정책대출 제외)을 약 3조6000억원으로 지난 11일 다시 제출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잡았던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은 7조2000억원 수준(연간 14조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6·27 대출 규제로 하반기 대출 총량이 반 토막 나면서, 목표액도 3조6000억원이 줄었다. 대출 총량은 하반기 목표액만 절반 감축했기 때문에, 연간으로 보면 약 25% 정도 감소다.

지난해 연말 같은 ‘대출 보릿고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서울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대출 총량을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은행들은 다주택자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등을 취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를 막았다. 이 때문에 아파트 분양을 받아 연말에 반드시 잔금을 내야 하는 일부 실수요자가 은행 대출을 구하지 못해 제2금융권으로 돈을 구하러 다니는 ‘풍선효과’가 발생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처럼 특정 시기에 대출 공급이 급격하게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올해부터는 금융사 대출 증가 목표를 월별 단위로 부과해 관리해 왔다. 하지만 6·27 대출 규제로 하반기 대출 총량이 갑작스럽게 줄자 지난해 연말 같은 대출 절벽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6·27 대출 규제는 지난 6월 28일 이전에 계약한 주택 거래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종전 대출 정책을 따르는 경과 규정을 뒀다. 이 때문에 경과 규정 대상인 대출이 모두 나가기 전까지는 대출 증가세를 완전히 막기가 어렵다. 실제 6·27 대출 규제 직후인 이달 초 전월 대비 40% 수준으로 떨어졌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다시 빨라지고 있다.

17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조5846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약 152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일평균 증가액(2251억원)의 68%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약 후 실제 대출 실행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6·27 대출 규제 효과로 가계 대출이 줄어드는 시점은 올해 9월 이후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과 규정 대상인 대출들이 남은 대출 총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금융사들이 연말에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은행들이 자체적인 대출 규제를 더 추가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금리를 높일 수도 있다. 결국 지난해 연말처럼 대출 실수요자까지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과 규정도 지키면서 대출 총량까지 줄이라고 하니 은행이 무리하게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경과 규정 대출은 대출 총량 계산에서 빼는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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