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시바, 참의원 선거 참패…정치권 "총리 퇴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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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쓴잔을 들이켰다. 정권 명운을 걸고 20일 치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출구조사가 나오면서다.
일본 NHK는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은 임기 6년의 참의원(248명)의 절반을 3년마다 선거로 교체한다. 총 12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27~41석을, 공명당은 5~12석을 얻어 총 32~51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선 자민당은 34석 전후, 공명당은 7석 전후로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기존 의석(75석)과 합쳐도 이시바 총리가 목표로 한 과반 의석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반(反) 외국인 정책으로 급부상한 우익성향 참정당은 최대 20석 가까이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참담한 성적표를 거두게 되면서 이시바 총리는 사퇴와 같은 ‘책임론’에 내몰리며 정국은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20일 일본 전역에서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자민당으론 더는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이 자민당에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참정당에 투표했다”고 분석했다. 선거 초반과 다르게 표심 향방이 달라진 데엔 ‘좌충우돌’했던 이시바 총리 언행이 있다. 그는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얕잡아보게 둘 수는 없다”며 강경 발언을 시작했다. 지난 7일(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5% 상호관세 부과 통보가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이자 ‘칭찬’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란 비판이 일었다.
선거전 후반에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을 의식하는 발언이 늘었다. 지난 18일 요코하마에서 실시한 유세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등장에도 환호성은 거의 터지지 않았고, 연설이 시작되자 몇분 만에 청중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이번에 외국인 정책이 쟁점이 된 배경에는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와 관광객의 급증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인 2019년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인력에 단순직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개방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 거주 외국인은 사상 최대인 약 377만명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올해 상반기 2152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도시샤대 교수는 “참정당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교묘하게 외국인 문제로 연결시켜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시바 총리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007년 아베 당시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뒤 연임을 선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그만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민당은 망한다”고 사퇴를 요구한 당사자가 바로 이시바 총리인 것도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1월 발효가 임박한 관세협상을 위해 퇴진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레임덕에 빠진 총리가 외교 협상에 나서거나, 전후 80년이 되는 8월 15일 종전 기념일에 총리로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총리가 연임하더라도 야당이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해 가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르면 7월말 차기 총재 선거를 치르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를 겨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18일 “이미 싸우기로 마음 먹었다”며 총재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나카키타 교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새 정부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참정당의 약진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가뜩이나 민감한 일·한 관계를 관리하는 데 큰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니시노 교수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 대한 여론이 크게 개선되고, 인적 교류도 대폭 늘고 있다. 국민 차원에서 일·한 관계를 중시하는 흐름은 어떤 정치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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