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원작소설 안 봤나요? 그래도 게임처럼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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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안효섭, 가운데)는 우연히 판타지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간 뒤 동료들과 함께 소설의 결말을 바꾸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0년 넘게 연재된 인기 없는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연재가 끝나는 날, 소설의 유일한 독자이자 평범한 직장인 김독자(안효섭)는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이 홀로 살아남는 결말에 실망해 작가에게 항의 메시지를 남긴다.
퇴근 길 동호대교 위 지하철 안에서 ‘그러면 당신이 직접 이야기를 써보라’는 작가의 답장을 받은 김독자의 눈 앞에 소설 도입부와 똑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도깨비가 나타나 승객들에게 생명체를 죽이라는 미션을 내리고, 거대 괴수가 지하철을 뒤집는다. 소설의 결말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김독자는 회사 동료 유상아(채수빈), 군인 이현성(신승호) 등 지하철 승객들과 함께 소설의 결말을 새로 쓰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23일 개봉하는 판타지 대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의 줄거리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뷰를 기록한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다.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스펙터클한 CG(컴퓨터그래픽)에 힘입어 미션 수행 게임을 보는 듯 빠르게 전개된다.

김병우(45·사진) 감독은 ‘전독시’를 ‘참여형 영화’로 규정했다.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주인공 김독자에 빙의된 것처럼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게 원작의 큰 매력”이라며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게임처럼 몰입해 관람케 하는 게 영화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 밖에서 인간들의 사투를 지켜보는 신 같은 존재인 ‘성좌’, 특정 인물을 후원하는 성좌인 ‘배후성’ 등 원작의 복잡한 개념과 게임 같은 설정은 원작과 게임 문법에 익숙치 않은 관객에겐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를 감안해,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원작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 처음엔 많이 헤맸어요. 그러다 원작의 여러 빛나는 가치 중에서 구심점이 될 키워드인 ‘연대’를 끄집어냈습니다. 김독자는 자신의 지식을 자기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걸 중심으로 한 덩어리의 이야기를 만들었죠.”
예고편이 공개되자, 원작 팬을 중심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이순신 성좌 등 다양한 배후성이 부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김 감독은 “원작을 안 본 관객도 재미있게 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지 않도록 교통 정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내면의 아픔, 트라우마와 싸워가며 성장해가는 김독자 캐릭터가 영화에서 너무 선하게만 그려졌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 연대라는 구심점과 상관 없는 장면들은 배제할 수 밖에 없었죠. 김독자를 이타적 행동을 하는 평범한 청년으로 그려야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빛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사회 후 원작자로부터 ‘아주 재미있게 봤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김 감독은 “속편을 만들고 싶고 어느 정도 구상이 돼 있다”며 “속편엔 원작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들을 재미있게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영화가 손익분기점(600만 관객)을 넘어서는 흥행을 해야 한다. ‘전독시’가 한국형 판타지의 새 지평을 열 지, 아니면 원작 훼손 논란 속에 ‘전지적 감독 시점’이라 낙인 찍힐 지 여부를 결정할 키는 관객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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