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만족함 알고 그쳐라"…결국 최달영도 등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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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관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귀신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달 초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보냈다고 전해지는 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인용한 것이다. 이 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을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반어법으로 비꼬는 내용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사무총장이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뒤 처음이라고 한다.
최 사무총장 게시글은 정광명 전 지방행정감사1국장이 최근 올린 글에 대한 댓글 형식이었다고 한다. 정 전 국장은 지난 3월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 사무총장 등 지휘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던 인물이다. 이후 질병 휴직 등을 한 그는 14일 복직 예정이었는데, 업무 복귀를 앞두고 재차 지휘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최 사무총장이 글을 올리고 “복직하면 사무총장실로 찾아오라”는 취지로 썼다고 한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내부 게시판이 서로 ‘사퇴하라’는 글 등으로 시끄러우니 최 사무총장이 나서서 자제하라는 뜻으로 글을 올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이 글에서 인용한 ‘여수장우중문시’는 “만족함을 알고 그치기를 바라노라”로 끝난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 교체기 전후로 감사원 내부 게시판은 유독 시끄러웠다. 지난달 김남진 감사원 국민제안3과장은 “새 정부의 공약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강화’인데 사람은 바뀌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라면 우리 스스로 이런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며 지휘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신영은 감사원 실무자협의회장도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감사)원 운영에 책임 있는 분들께서는 더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말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감사를 향한 여당의 “조작 감사”라는 공격에 대해 지난 14일 한 감사관은 “억측”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님을 자부할 수 있다”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표적 감사를 했다”고 비판하는 유병호 감사위원(전 감사원 사무총장)도 올해 초부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자주 올렸다고 한다. 유 위원 측근 그룹 ‘타이거파’가 감사원의 요직과 승진을 독차지했다는 비판이 올라오면 유 위원은 일일이 반박 글을 올렸다고 한다. 대부분 ‘타이거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실력이 있는 사람을 썼을 뿐’이라는 취지였다고 감사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유 위원은 최근 이런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 연합뉴스
유 위원은 지난 15일 ‘타이거파’를 다룬 MBC ‘PD수첩’ 방영 직후 내부 게시판에 새 글을 올렸다. 자신이 PD수첩과 한 인터뷰한 내용 전문(全文)이었는데, 방송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자신의 발언 전부를 봐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혼란이 길어지면서 지휘부 인사 등을 통해 내부 분란이 빨리 정리되길 바라는 감사원 직원들이 적잖다. 한 감사원 직원은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유 위원 측근과 아닌 쪽으로 쪼개졌다”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사원 내부 갈등이 빨리 수습되길 바라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감사를 ‘표적 감사’로 보고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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