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네타냐후에 ‘미친 인간’”…백악관 불만에도 이스라엘은 지상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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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미친 인간처럼 굴었다. 모든 걸 항상 폭격하려 든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근 행보를 둘러싼 백악관 내 볼멘소리를 이처럼 전했다. 가자지구 공습, 시리아 내 분쟁 개입 등에 네타냐후의 과격한 접근 방식이 통제불능 상태라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 6명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때때로 말을 듣지 않는 아이처럼 행동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가 상당하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관련 기류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대통령궁 공습 후 본격화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파괴적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 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스웨이다 개입 국면에서 시작됐다. 시아파 소수민족 드루즈족과 수니파 베두인족 사이에 벌어진 충돌에서 이스라엘은 친이스라엘 계열인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15일 스웨이다의 시리아군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즉각 이스라엘 측에 외교적 해결을 위한 자제를 요청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공세를 잠시 늦췄을 뿐 이스라엘은 시리아 대통령궁과 남부 정부군을 표적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스웨이다의 유혈 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사망자가 1120명이라고 집계했다. 악시오스는 “백악관 관계자가 ‘지난 주 이스라엘이 백악관 내에서 쌓은 부정적 평판이 정작 그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이스라엘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교회 포격 사태도 트럼프 행정부 내 불만에 불을 지폈다. 지난 1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유일 가톨릭 성당을 공습해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매일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의 행운과 트럼프의 호의가 곧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가 백악관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의 드루즈 다수 거주 마을인 마즈라아 지역에서 베두인 부족 전투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EPA=연합뉴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적극적 군사 작전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지역 주민과 피란민에게 남부 해안의 알마와시 지역으로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 대피령을 내린 것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확대하겠다는 신호를 명확히 한 셈이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군은 적의 테러 인프라를 파괴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전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에 희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발포해 9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같은 날 성명에서 “식량 구호품을 실은 WFP 차량 25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한 데 이어 굶주린 대규모 민간인 군중과 맞닥뜨렸고 이후 총격이 실시됐다”며 “민간인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데 있어 어떤 형태의 폭력도 전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이스라엘군을 비판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즉각적인 위협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경고 사격을 했다”며 “우리는 인도적 트럭을 의도적으로 겨냥하지 않는다. 희생자 수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외치’뿐 아니라 ‘내치’에서도 아슬아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정이 소수 정부로 전락한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인 뇌물 사건 재판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는 억만장자로부터 26만달러(약 3억5000만원) 상당의 사치품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19년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식중독 증세로 향후 3일간 재택근무에 돌입해 21일과 22일로 예정된 뇌물 사건 재판이 모두 연기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가 예정일에 출석하기 어렵다면 기일을 오는 23일과 24일로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일정상 주내 연기는 어렵다며 아예 기일을 취소해버리고 향후에 새로 잡기로 했다. 이스라엘 법원이 이번 주부터 9월 5일까지 여름 휴정기에 들어가는 만큼 재판 재개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75세인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심장 박동 조율기 삽입 수술, 지난 3월 탈장 수술 등 최근 수년 간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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