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힘, 전한길 입당에 또 갈렸다…당권경쟁 '친길 vs 반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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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5월 30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사전투표 폐지 및 공정선거 보장 촉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반탄(탄핵 반대) 대 찬탄(탄핵 찬성)’ 구도가 ‘친길(친전한길) 대 반길(반전한길)’ 구도로 옮아가고 있다. 지난달 8일 기습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놓고 “입당이 무슨 문제냐”는 친길 입장과 “입당 자체가 문제”라는 반길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씨가 ‘10만 당원 양병설’을 주장하며 당권 장악 의지를 내비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반탄’ 강성 보수가 당을 장악할 것이란 위기감이 ‘찬탄’ 반길 진영에서 커지고 있다.

8·22 전당대회 당권 경쟁과 전씨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결부되며 친길 세력과 반길 세력 간 대립 구도는 뚜렷해진 양상이다. 당권에 도전하는 안철수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하나는 ‘친길계, 길핵관’ 극단 세력에 점령당해 당을 침몰시키는 길, 또 다른 하나는 불법 비상계엄 세력과 단절하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보수 정당으로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과의 절연,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회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당의 파멸을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오후엔 친윤계 중진을 겨냥해 인적쇄신을 추진 중인 윤희숙 당 혁신위위원장과도 회동해 전씨 입당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는 찬탄(탄핵 찬성) 인사들과 함께 ‘반길 연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순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9일엔 안 의원과 회동했다. 세 사람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극우 세력과의 절연을 주장해온 대표적 찬탄파다. 한 전 대표는 20일 “다수로부터 조롱받고 백색 왜성처럼 쪼그라드는 극우 정당의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의원은 “극우 대 반극우 세력 간 경쟁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한 전 대표 출마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21일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극우·극단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안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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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왼쪽)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다 당대표 출마 선언을 위해 소통관을 찾은 조경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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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6월 2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충무동산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3주년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친길 성향의 당권 주자들은 ‘광장 세력’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새 대표를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해 뽑는 만큼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토대로 당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출마를 예고한 장동혁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민주 세력의 싸움”이라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날 출마 선언에서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개방된 문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올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열린 관계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전씨에 대한 포용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씨는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국민의힘 입당은) 국민의힘을 살려보려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 호랑이든 개든 두드려 잡자는 뜻”이라며 “그런데 ‘너는 오지 마, 나가라’는 건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평당원을 더 모아 좌파의 ‘개딸’처럼 우파의 개딸을 만들 생각”이라며 “수십 만명으로 우파의 개딸을 만들겠다”고 했다.

특히, 전씨는 “우선 후보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계속 절연할 것이냐, 아니면 함께 갈 것이냐’ 물어보겠다”며 “김문수·장동혁 후보도 (윤 전 대통령과 함께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뒤) 후보 단일화를 해야 지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구도가 탄핵 정국을 벗어나지 못하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희숙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씨를) 출당해야 한다”며 “판을 깔아준 중진도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씨의 부정선거론이나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촉구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 주장을 공감하는 유권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당이 강성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한다면 수권 능력은커녕 ‘영남당’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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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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