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참정당 약진 뒤엔 4050 ‘로스 제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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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성향 참정당의 참의원 선거 약진에는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가 있었다.

21일 아사히신문의 일본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거에서 참정당에 투표했다고 응답한 유권자 중 40대와 50대가 각각 21%를 기록했다. 참정당을 뽑았다는 응답자 중 4050세대가 절반에 가까운 42%였다. 응답자 중 17%는 30대, 15%는 20대, 13%는 60대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14석을 확보해 기존 1석을 더해 15석으로 늘었다.

참정당 지지층의 주축으로 떠오른 4050세대는 일본에서 로스 제네로 불리는, 통칭 ‘취업 빙하기 세대’다. 이들은 1990년대 초 버블 경제가 끝난 뒤 최악의 취업난이 닥친 1993~2005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파견직 등 오랫동안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사회적 취약 세대로 부각됐다. 취업 실패로 집 안에 틀어박히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로스 제네에서 시작됐다. 로스 제네는 1700만~2000만 명 규모로 추산되며 일본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육박한다.

‘로스 제네’ 1700만~2000만 명 규모
일본 언론들은 참정당 돌풍을 이끈 로스 제네의 분노 투표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뒷걸음질치는 실질 임금, 누적된 양극화로 인한 불만이 참정당 지지로 이어진 가운데 장기간 임금이 정체됐던 로스 제네가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참정당은 외국인 규제 외에도 사회보험 부담액 완화와 재정 확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식량자급률 100%’와 ‘0~15세에 1명당 매월 10만 엔(약 94만원) 지급’ 등 포퓰리즘 정책들도 공약에 담겼다.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선거 기간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중산층은 점점 가난해졌다”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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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마이니치신문은 참의원 투표 전 “로스 제네는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교육과 노후 보장 등에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여야 모두 인구가 많아 선거에 영향력이 큰 로스 제네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정규직과 사회 양극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해 온 아마미야 카린(雨宮処凛) 작가는 지난 20일 아사히신문에 “선거 막판에 부상한 외국인 문제 전에는 로스 제네 대책이 큰 쟁점 중 하나였다”며 “지난 30년간 로스 제네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왔는데, 이번 선거는 2000만 명에 달하는 이 세대가 정치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시바, 기자회견서 퇴진론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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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퇴진론’을 일축하고 총리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엄격한 국민 심판을 받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비교 제1당(가장 의석수가 많은 당)의 대표이자 총리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완수해 가겠다”고 말했다.

8월 1일 부과 예정인 상호관세 등에 대한 미·일 관세협상을 비롯해 고물가 대책, 난카이 대지진과 같은 재해 대책을 거론하며 총리직을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이 이날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는 점도 설명했다.

“언제까지 총리직을 계속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시바 총리는 “언제까지라는 기간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자민당의 니시다 쇼지(西田昌司) 의원은 이날 “(이시바 총리의 연임 표명은) 있을 수 없다”며 총재 선거 실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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