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튜브서 배웠다는 60대 총격범…"외로운 늑대 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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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경찰서는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범행에 사용된 탄환.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 송도와 서울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폭발물 사건으로 불법 무기류 활용 범죄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제 총기로 인한 살인이 발생한 것은 2016년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이후 9년 만이다. 불법 무기로 시민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르지만,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제조법이 줄줄이 나오고, 3차원(3D) 프린터 기술까지 발전해 규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1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사제 총으로 아들을 쏴 숨지게 한 A씨(62)는 “총기와 폭발물 제작법을 유튜브에서 배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쇠파이프를 개조해 만든 산탄총 형태였다. 이날 오전 4시 17분쯤 A씨의 주거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에선 ‘21일 정오’로 점화 시각이 설정된 타이머 폭발물을 발견해 경찰이 긴급 제거했다.
이날 인터넷에서 영문으로 총기 제작을 검색한 결과, 영상 자료 수백 개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종이 상자로 만든 장난감 수준의 총기부터 철제 권총 모양의 무기까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설명도 많았다.

21일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제 총기 관련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실제 2016년 오패산터널 고(故) 김창호 경감 총격 살해 사건의 범인 성병대(당시 46) 역시 “유튜브를 통해 폭약 원리를 배웠고 청계천·을지로에서 재료를 사서 (총을) 만들었다”고 했었다. 해외에선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사제 총기 피격으로 사망하고, 지난해 미국 최대 보험회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3D 프린터로 제작된 총기에 의해 숨지는 등 사건이 줄을 이었다.
사제 폭탄 사건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광주광역시에선 치과 치료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사제 폭발물을 터뜨려 방화를 시도했고, 2020년엔 스토킹하던 여성에 집에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자신의 손에서 터뜨린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의 서울 도봉구 주거지에서 발견된 시너통 14개를 연결한 사제 폭발물. 사진 인천경찰청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제 총기·폭발물 관련 사건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제 총기에 뒤틀린 정치적 신념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외로운 늑대(특정 대상에 대한 개인적 반감으로 혼자 행동에 나서는 테러리스트)’가 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 무기 사전 규제에 국한하기보다 지역사회와 관계를 끊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 등 폭넓은 개념의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D 프린터를 통한 불법 무기 제작이 쉬워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플라스틱 등 비금속 재질로 만들 경우 사법 당국의 추적은 더 어렵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은 “한국은 총기 완성품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부품이나 3D 프린터 도면 등 완성 전 단계의 총기에 대한 규제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보통신망에서 불법 정보 유통을 막고,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발사 장치에 대한 규정 등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인천 연수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A씨는 쇠파이프를 산 뒤 공작소에서 잘라 직접 (총기를) 제작했다”며 “인화성 물질(폭발물) 설치와 관련해서도 피의자가 직접 연구해 집에서 나오기 전에 제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수사 결과를 보고 사제 총기 관련 제도에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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