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부패국 직원이 러 간첩?…"젤렌스키 측근 부패조사에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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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러시아 간첩 혐의로 국가반부패국(NABU) 관계자들을 체포했다. 3년째 러시아와 전쟁 중인 나라의 통상적인 방첩 사건으로 넘어갈 법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이 속에서 파워 게임을 읽어내고 있다.

키이우 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국가반부패국(NABU) 관계자들을 체포했다.

반부패국 관계자들은 2012~2015년 친러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에게 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2014년 시민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후 러시아로 망명했다. 반부패국 관계자가 유출한 정보에는 러시아의 테러 공격이나 심리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법 집행기관과 시민들의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는 게 보안국의 설명이다.

그런데 반부패국은 체포된 반부패국 소속 공무원들이 간첩 활동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반부패국은 “보안국과 협력해 조사했지만 해당 공무원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있다는 증거나 증언이 없었다”며 “보안국이 지난해 8월에는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구두로 통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보안국 요원들이 반부패국 관계자에 대한 불법적인 구타를 벌였다고 했다.

“젤렌스키의 권력 장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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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드론이 건물을 공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부패국이 최근 올렉시 체르니쇼프 부총리, 올하 스테파니시나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보안국이 갑자기 반부패국에 대한 압수수색과 그 직원들에 대한 체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반부패국은 보안국이 벌인 대규모 수색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보안국은 반부패국장등이 해외에 있는 사이 직원 15명에 대해 최대 70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모두 법원의 영장이 없었다고 한다. 반부패국은 “보안국이 간첩 행위를 감시한다는 이유로 고위 공직자 수사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며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마르티나 보후슬라베츠 부패방지활동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치 권력의 반부패국 장악”이라며 “젤렌스키의 친구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고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수십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일부 시민 사회 활동가는 권위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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