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도 누구나 총 쥘 수 있다면? '트리거'가 비춘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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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는 시민들에게 총이 택배로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갈등이 돈이 되는 세상에 누구나 총을 쥘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2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이 같은 질문으로 극을 풀어간다.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 정체불명의 불법 총기가 일반 시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재난 액션 스릴러다. 평범한 택배로 위장한 총기들이 사람들에게 배달된다. 영화 ‘미드나이트’(2021)로 제25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아시아 장편 우수 관객상을 수상한 권오승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1~4화 리뷰

언론에 공개한 1~4화에서는 총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 집중한다. 저마다 쌓인 분노로 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통쾌함보다는 씁쓸한 현실의 나열로 이어진다. 학폭 피해자(박윤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오경숙(길해연), 조직의 심부름꾼 구정만(박훈), 규칙이 무너진 세상에 분노한 장수생 유정태(우지현)까지 총은 누군가에겐 복수, 누군가에겐 희망, 또 누군가에겐 권력이 된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선한 이유’로 총을 드는 인물은 이도(김남길)다. 전직 군인이자 현직 경찰로 정의감이 넘친다. 잇따른 사건 현장에서 총알과 총을 무더기로 발견한 그는 연속적으로 일어날 총기 사건을 예견하며 불법 총기의 출처를 쫓는다. 22일 제작발표회에서 김남길은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연이 나오는데 그 사연들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일반 총기 액션에서 나오는 해치우는 느낌의 액션보다는 가치관이 중요하게 보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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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1인 시위에 나서는 어머니를 연기한 길해연. 사진 넷플릭스

등장인물 중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도 있다. 그는 “왜 숨도 못 쉬게 감시하냐”며 경찰서를 급습해 총을 난사하고, 경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이도가 증거로 보관하고 있었던 총을 찾아 맞서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상황. 그러나 경찰 감사팀은 이도를 “사람을 다 죽이고 싶어서 총을 든 거냐”는 식으로 몰아간다.

이도를 아들처럼 여기는 조현식(김원해)은 다시 총을 든 이도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특히 두 사람은 이도가 어릴 적부터 인연을 맺은 보호자 같은 관계로, 앞으로 전개에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이 재난물 특유의 신파 코드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이도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문백(김영광)의 움직임은 극 중반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광은 “자유분방한 캐릭터이고, 나중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트리거’는 액션 스릴러지만, 액션 쾌감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왜 등장인물들이 총을 들어야만 했는지, 그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지는지 묻는다.

일각에선 최근 인천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과 연관해 이 작품을 바라보기도 했다. 제작진은 총기 사고 여파를 우려해 22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예정된 팬 이벤트 ‘트리거 토크 앤 샷’을 그대로 진행하되, 온라인 생중계는 하지 않고 최소한의 홍보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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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김영광이 연기한 문백은 진지한 상황에도 여유있고 발랄한 '극강의 외형인' 캐릭터다. 사진 넷플릭스

연출자 권오승 감독은 작품 공개를 앞두고, 사제 총기 살해 사건이 벌어진 것에 “안타깝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작품과의 연관성은 다른 문제다. 총이 등장하지만, 실제 사건과는 다른 접근과 방식으로 결과가 나온다. 범죄를 미화하는 작품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상상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요즘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지 않나. 한국 사회 역시 대립과 갈등이 많아 사회의 불안함이 큰데 이런 상황을 누군가가 역으로 이용해 총을 나눠준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 그런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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