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끌 아파트’에 층간소음…그런데 내가 가해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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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4제곱미터’에서 영끌로 아파트를 장만한 우성(강하늘, 아래)은 입주자 대표 은화(염혜란)와 엮이며 수렁에 빠진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18일 공개 후 하루 만에 넷플릭스 국내 영화 1위에 오른 ‘84제곱미터’는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32평 아파트에 대한 서민들의 욕망과 불안을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평범한 직장인 우성 (강하늘)은 원룸 보증금, 대출금, 중간정산 퇴직금에 어머니의 밭까지 팔아 어렵사리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한다. 하지만 ‘영끌’로 마련한 보금자리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갈수록 커지는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이 우성의 일상을 잠식하고, 그는 점점 피폐해진다. 이웃들과 갈등을 겪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몰린 우성은 윗집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 진호(서현우), 아파트 입주자 대표이자 전직 검사 은화(염혜란)와 엮이며 더 큰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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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을 소재로 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을 파고든 김태준(41·사진) 감독은 전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에서도 온라인 범죄 등 초연결 사회의 부작용을 고발한 바 있다.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는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단순한 오락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반응도 좋던데.
“한국만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79개국에서 차트인을 했다. 일본, 중국 등 주거 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스트레스 받으며 봤다’는 평이 많더라.”
층간소음 소재를 택한 계기는.
“전작을 준비하던 힘든 시기였는데 새벽마다 울리는 윗집 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조심해 달라 부탁했더니, 고의로 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라. 보복 소음에 대한 분노로 이 작품을 기획했는데, 초고를 완성한 날 윗집이 이사를 갔다. 하지만 소음은 계속됐다. 그 때 층간소음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다. 우성이 층간소음 원인을 찾아 헤매는 에피소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부실 시공, 영끌족, 코인 투기 등의 문제도 함께 다뤘다.
“층간소음 자료를 찾다 보니, ‘부실 시공’, ‘영끌’ 키워드도 함께 올라오더라. 세 단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영끌, 즉 인생을 바쳐서 부실 시공한 층간소음 아파트를 샀다’는 것 아닌가. 층간소음 소재를 오락적으로 소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간소음 갈등을 부동산 현실로 확장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본인도 서울에 아파트가 있나.
“무주택자다. 나 또한 서울 아파트에 살고 싶다. 어릴 때부터 그런 목표가 당연했던 것 같다. 왜 다들 그런 목표를 갖고 살아가나, 영화를 만들며 생각하게 됐다.”
우성을 어떤 청년으로 그리려 했나.
“집을 사고 지키려는 한국 청년들의 힘들고 고달픈 여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우성은 여기 저기 치이고 많이 휘둘린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몰라 왔다 갔다 한다. 뭐 하나 주체적으로 하는 게 없다. 내 모습도 일부분 반영된 것 같다.”
배우 강하늘이 힘든 연기를 했다.
“보는 이들을 우성에 빨리 감정 이입시키는 게 중요했다. 영끌족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우성이는 측은하게 봐줬으면 했다. 그래서 전기도 아끼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초반에 많이 보여줬다. 옷도 거의 반팔티, 반바지만 입히고, 땀과 수염 길이 등으로 심리를 표현했다.”
우성이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을 때,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2021년은 부동산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해다. 오프닝 멘트처럼 지금 아파트를 안 사면 다시는 서울에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벼락 거지’란 말도 생겼다. 많은 이들이 영끌하며 아파트를 샀던 광풍의 시기가 그 때다. 코로나 시기와 겹쳐서 마스크 쓴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아파트 상층부가 폭발하는 엔딩 신의 의미는 뭔가.
“엄청난 일을 겪고 바닥으로 떨어진 우성의 눈에 아파트가 ‘집’이 아니라 ‘콘크리트 괴물’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럼에도 우성이 아파트에 돌아와 등기부 등본을 보는 장면에선 자신은 지키지 못하면서 아파트 만은 지켜낸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어떤 일을 겪든 감옥 같은 환경에 다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우리네 모습 아닌가.”
차기작도 현실 소재 스릴러인가.
“현실 스릴러는 더 이상 안하고 싶다. 주인공의 한계에서 오는 답답함 때문이다. 스포츠나 로맨스와 결합한 스릴러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릴러를 워낙 좋아한다. 성격적으로도 밝은 작품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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