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거인 왼팔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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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필승조에 합류한 홍민기. 156㎞를 던지는 왼손 파이어 볼러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민기(24)는 요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실력도 인기도 그렇다. 냉철한 김태형 롯데 감독도 홍민기 얘기만 나오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귀한 ‘왼손 파이어볼러’가 나타나 지친 불펜의 숨통을 틔워줬으니 그럴 만도 하다.

홍민기는 2020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 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올해 프로 6년 차인데, 군 복무 2년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1군 기록은 4경기에서 4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그런데 지난 5월 17일 1군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던졌다. 직구 평균이 시속 150㎞ 안팎으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지난 21일까지 등판한 12경기에서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1.21, 이닝 당 출루 허용이 0.81, 피안타율이 0.171에 불과하다. ‘철벽’이라 해도 손색 없다. 22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은 30개를 잡았고, 볼넷은 5개다. 오래 벼려온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한 모양새다.

홍민기는 “(전과 달리) 제구가 안정돼 자신감이 붙었다. 볼넷이 줄어 (타자와) 빠르게 대결할 수 있게 됐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신 덕에 운 좋게 자리 잡았다.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퓨처스(2군) 경기를 지켜보다 홍민기를 발견한 김 감독도 “지난해까지는 제구가 썩 좋지 않아 (1군에) 못 올라왔다. 올해는 자신감이 생겨 투구 내용이 확 달라졌다”고 반겼다.

김 감독은 전반기 10경기에 홍민기를 등판시키며 여러 역할을 테스트했다. 대개 구원 투수로 내보냈는데, 지난달 18일 한화 이글스전과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 투수를 맡겼다. 1군 적응력을 완벽하게 점검한 뒤 후반기 들어 보직을 확정했다. 접전 상황에서 팀이 앞설 때 승리를 지켜야 하는 ‘불펜 필승조’다.

롯데는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약해 전반기를 ‘물량 공세’로 버텼다. 기존 불펜진의 과부하가 후반기 위험 요소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홍민기가 불펜에 싱싱하고 강력한 왼쪽 어깨를 보탰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앞둔 롯데 마운드에 천군만마 같다. 김 감독은 “홍민기는 향후 팀에서 선발을 맡아야 할 투수지만, 당장은 투구 수를 늘려야 하는 문제로 쉽지 않다”며 “필승조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정철원·최준용·김원중과 함께) 확실한 승리 카드 4명을 보유하게 됐다. 불펜 운용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홍민기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다. 그런데 슬라이더의 구속과 궤적이 두 종류라 실제로는 3개 구종을 던지는 효과가 난다. 그는 “하나는 느리면서 각이 크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컷패스트볼(커터)처럼 던진다. 슬라이더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집중한다”며 “10개 중 7개는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슬라이더 제구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직구장에는 요즘 ‘홍민기’라고 적힌 유니폼과 플래카드가 넘실거린다. 그래도 그는 아직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선배들처럼 화려한 세리머니를 하려면 가을야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는 “팬들의 응원과 관심 덕에 더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면서도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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