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총기 유족 "며느리·손주들도 살해 시도…신상공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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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총기 사고가 발생한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에 수사관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인천 송도에서 아버지가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 측은 피의자 신상이 공개될 경우 사망한 피해자의 어린 자녀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신상공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천 총기 사고 유족 측은 22일 동아일보 등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마치 피의자의 범행에 어떠한 동기가 있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이날 구속된 A씨(62)는 경찰 조사에서 30대 아들 B씨를 살해한 이유와 관련해 "가정불화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진술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A씨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며 "A씨는 25년 전 A씨의 잘못으로 이혼했으나, B씨의 모친은 B씨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B씨가 혼인할 때까지 A씨와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며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B씨가 이혼 사실을 알게된 것은 혼인한 이후인 8년 전이라며 "다만 B씨가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정을 A씨가 알면 A씨가 심적 고통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B씨 내외는 A씨를 위해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A씨를 위해 B씨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A씨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두고는 "공개된 피의자의 신상정보로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특히 나이가 어린 B씨의 자녀가 잔혹한 범행을 직접 목격한 것뿐만 아니라, A씨의 얼굴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신상공개는 어린 자녀들에게도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에 신상공개는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씨가 사건 당일 B씨뿐 아니라 며느리, 손주들을 모두 살해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는 B씨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들을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며 "A씨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말을 하고는 총기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서 B씨를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한 후, B씨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A씨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B씨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총기를 다시 재정비하며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다"며 "며느리가 다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수차례 개문을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했으나 개문에는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즉 A씨는 B씨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였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지는 보도 내용을 바로잡고 A씨 범행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최근 대리인을 선임했다"며 "마지막으로 유족들이 더이상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고통받고, B씨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총기를 발사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이 보도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는 A씨의 범행 동기, 이혼 사유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가 난무했다. 경찰은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콘텐트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며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억측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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