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물난리 멀쩡한 대전에 與도 놀랐다…李 '4대강 공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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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지역 일대에 16~17일 이틀간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이 호우 피해로 딜레마 상황에 봉착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보 설치와 강바닥 준설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집중 호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준설이 필요하다”는 치수론(治水論)이 나오고 있다.
여당 내부의 준설 필요성 주장은 지난 21일 수해 복구현장에서 나왔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충남 예산 수해 복구현장에서 “삽교천을 바닥의 퇴적물을 퍼내야만 홍수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 의원은 “초창기에는 수심이 2m가 넘었던 삽교천이 지금은 50㎝도 안 된다. 퇴적물이 너무 많이 쌓여 서해안 만조 때면 물이 역류해 문제(홍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도 함께 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어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준설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에서 공개적으로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들은 ‘준설을 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개구리가 없어진다’며 반대하는데, 이번에는 공청회 등을 거쳐 준설을 해야 된다. 안 하면 홍수를 극복할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3대 하천을 대대적으로 준설해 비 피해가 없었던 대전 사례도 준설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대전시는 시 예산 172억 원을 들여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대 하천에서 총 68만t의 모래와 자갈 등을 퍼냈다. 이 덕분에 3대 하천 17.9㎞구간 하상(河床)이 최저 50cm에서 최고 1.5m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4대강 본류 등 사전 정비가 이뤄진 곳은 큰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폭우에 대응했다. 4대강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다. 치적을 지우는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김정재 정책위의장)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수해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환노위원들 사이에서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2일 취임식에서 “4대강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물 흐름 연속성을 살려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지만, 16개 보 처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민주당의 한 환노위원은 “보 철거와 준설 등이 모두 갑론을박이 있고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장관이 재자연화 원칙은 밝혔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소속 환노위원도 “(김 장관의 말을)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정부를 표방하는 만큼, 홍수 등 영향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4대강 보 해체 등 재자연화 공약을 국정과제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아직 (4대강 정책의) 확실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 최적의 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4대강 보 해체를 공약하고 추진했지만, 실행까지 이르진 못했다. 2021년 1월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결론내리긴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가뭄과 홍수 등 대비에 필요하다며 거세게 반발한 게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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