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경북 상주경찰서는 야간주거침입절도 등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0시 43분쯤 B씨가 운영하는 경북 상주시 한 미용실에 몰래 들어가 현금 1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B씨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 21일 A씨를 검거했다. 잡고 보니 A씨는 소방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B씨의 남편이었다.

A씨가 무슨 이유로 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몰래 들어가 금품을 훔치려고 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절도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시작한 시점이어서 A씨가 실제 절도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라며 “A씨와 B씨를 각각 불러 진술을 들어봐야 자세한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검거 직후 지구대에 ‘절도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장난삼아 돈을 숨기려 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나 A씨의 행위가 절도죄의 성립 요건에 들어가는지 등을 법률적 검토와 조사를 통해 밝혀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절도의 진위를 떠나 A씨와 B씨가 부부 관계이기 때문에 A씨가 절도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형법 제328조 ‘친족간의 범행과 고소’에 따라 배우자 등 친족간의 절도는 ‘친족상도례’에 해당한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에 일어난 절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 또는 그 미수범과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친고죄로 하는 특례조항을 말한다. 여기서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뜻한다.

A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은 지난해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론을 내리면서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이 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전경. 중앙포토

헌재의 판단 이전에 A씨가 B씨의 미용실에서 절도 행각을 저질렀다면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지금은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 중지돼 있어 처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손나희 변호사(법무법인 나인)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간의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 그 형을 면제하고,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헌재가 입법 개선을 명하는 ‘적용중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27일을 기점으로 제328조 1항에 규정된 친족간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A씨의 경우 피해자 B씨의 배우자이지만 헌재의 판단 이후 벌인 일이어서 처벌이 가능한 경우”라며 “오는 12월 31일까지 국회의 개선입법을 통해 배우자 사이의 범죄를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경우 배우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A씨는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형법 제330조 ‘야간주거침입절도’가 아닌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 퇴거불응’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법 제319조는 친족상도례에 해당하지 않는 탓이다. 별거 상태나 이혼 절차 중에 있는 배우자가 허락 없이 주거지에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된 사례가 다수 있지만, 동거하고 있는 배우자의 경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어 추가적인 경찰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