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일 합의 ‘관세 25→15%, 日 차·농산물 개방’…韓에 마지노선 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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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22일(현지시간) 무역 협상에 합의했다. 일본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투자하고 자동차ㆍ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게 골자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도 한다.
미국이 일본에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8월 1일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번 합의는 한국 정부의 대미 통상 전략에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 반도체ㆍ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력, 대미 무역흑자 구조 등 대미 통상 환경부터 지정학적 조건까지 한국은 일본과 상당 부분 닮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일 이른바 ‘관세 서한’을 통해 일본과 똑같은 25%의 관세율을 받아든 한국 정부로선 일본이 22일 받아낸 관세율 15%와 자동차 관세 12.5%가 협상 마지노선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일본과의 대규모 협정을 조금 전 완료했다”며 “지금까지 일본과 맺은 협의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일본은 제 방침에 따라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90%의 이익은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 등 무역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 25%서 15%로”
자동차 관세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에 부과 중인 25%에서 절반인 12.5%로 낮추고 이전부터 적용돼 왔던 2.5%를 더해 15%에 합의했다고 NHK 방송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4월 각 교역 대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일본에는 24%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보름 동안 미ㆍ일 양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10%포인트의 관세 인하에 합의한 셈이다. 이로써 일본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에 합의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당 의원들과의 만찬 행사에서 “일본과 또 다른 합의를 마칠 것”이라며 “일본은 알래스카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 우리와 합작 벤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추진 중인 1300㎞ 길이의 알래스카 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래스카 가스전은 최소 440억 달러(약 61조 원)로 추산되는 천문학적 초기 비용과 혹한 등 개발상의 어려움 때문에 10년 넘게 중단됐고 경제성에도 강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일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한국과 일본 정부에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압박해 왔다.
분주해진 한국 정부…금주 후반 분수령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오전 대미 통상 협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산업ㆍ수출 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관세율을 10%포인트 인하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미국 정부와의 막바지 협상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22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여 본부장은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전방위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 주요 인사들과 면담한다.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은 25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2+2 통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이번 주 후반이 대미 통상외교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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