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사회 독립성 요구 커지는데…상장사 86%, 대표가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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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트북 화면에 상법 일부개정법률 등 법률공포안 목록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 이상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겸직하는 곳이 많았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2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25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은 2176곳으로 전체의 86%에 달했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업체도 169곳(6.7%)이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곳은 107곳(4.2%)에 불과했다.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임 비중은 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곳은 109곳(53.4%)이지만, 자산 5000억원 미만은 1766곳(90.8%)에 달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곳은 자산 2조원 이상의 경우 66곳(32.4%)이지만, 자산 5000억원 미만은 15곳(0.8%)에 그쳤다.
최근 대기업일수록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에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추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상법 개정 움직임과 함께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중소·중견기업 이사회도 견제·감시 역할이 더 강하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정부가 공포한 상법 개정안에는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 내 의무 선임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는 장단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 등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독립성·투명성은 높아지겠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또는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급변하는 산업 및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CEO스코어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도,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12곳)과 롯데그룹(10곳)은 상장계열사의 대표가 모두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3곳은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경영진에 현안보고를 요청할 수 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3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또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GRS와 대홍기획은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상장계열사 16곳 중 9곳(56.3%)에서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상장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그룹이었다. 20개 상장계열사 중 15곳(7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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