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종이로 만든 서점, 시크닉…대세 된 출판사 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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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용산에 열린 문학과지성사 ‘도서전 앙코르’ 팝업 현장. [사진 문학과지성사]

“근처 팝업에서 키링을 사려고 왔다가, SNS에서 본 종이 부스가 있길래 들어왔어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열린 문학과지성사 팝업에서 만난 고윤지(23)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썼던 문학과지성사의 종이 부스를 그대로 옮긴 ‘앙코르 도서전 팝업’에서다.

철골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박스로 만든 문학과지성사의 도서전 부스는 SNS에서 화제가 됐다. 팝업에선 부스의 높이를 도서전보다 1m가량 낮추고, 용산역이라는 위치에 맞게 큐레이션을 바꿨다. 신간과 굿즈 판매는 물론, ‘기차에서 읽기 좋은 책’, ‘선물하기 좋은 책’ 등의 서가를 따로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문학과지성사 마케팅팀 이가은 팀장은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의 종류가 다른 것처럼, 도서전에서 독자들이 찾는 책과 팝업에서 찾는 책이 다르다”며 “도서전 부스를 활용해 팝업까지 진행하려고 부스 크기를 미리 계산해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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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성수에 열린 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모두 ‘팝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사진 문학동네]

출판사가 독자를 찾아가는 형태의 ‘팝업 스토어’가 최근 출판사의 주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SNS에 팝업스토어 후기가 퍼져가며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것은 물론, 편집자 등 직원들이 팝업스토어에 방문하는 독자들을 만나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2023년 9월 문학동네의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이 시작이었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출판계에서 독자와 소통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존재했다. 2000년대 초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그것이 팝업이라는 형태로도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성수 인근(마플샵 협업팝업 ‘찰나의 서점’)과 마포구 홍대 인근(시인선 600호 출간기념 ‘시와 당신의 자리’)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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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망원에 열린 창비 ‘시크닉’ 팝업. [사진 창비]

지난해 4월 창비는 시(詩)선집 500호 출간을 맞아 마포구 망원동에 ‘시(詩)크닉’을 열었고, 그해 5월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김정혜 작가의 종이 소설책 출간을 기념해 소설 속 공간을 구현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대부분은 성수, 홍대, 더현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등 ‘팝업스토어의 성지’에서 열린다.

팝업은 매출보다 문화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에 출판사 브랜드와 책을 알리는 게 주 역할이다. 신문수 창비 마케팅1부 부장은 “냉정하게 본다면 도서 매출 확장에 상당한 보탬은 되지 않는다”며 “주 소비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모니터링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트를 배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박정민 배우의 출판사 무제는 ‘듣는 소설’을 표방한 『첫 여름, 완주』의 출간을 기념해 성수에서 전시형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전시 공간에 들어가 듣는 소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전체 티켓을 예약제로 진행했으나, 전시 기간인 7일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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