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개중 2개만 성공해도 돼…시스템반도체엔 비효율 경영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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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세미파이브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호 세미파이브 공동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세미파이브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100조 투자’를 예고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AI 혁신을 위해서는 이에 맞는 칩 개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반도체 설계는 기술적·비용적 진입 장벽이 높다. IBM·AMD·인텔을 거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시스템온칩(SoC)개발실 부사장을 지낸 박성호 세미파이브 공동대표는 “개발 비용·시간 등 진입장벽을 낮춰 누구나 원하는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야 AI 산업이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팹리스 파트너 '세미파이브' 박성호 공동대표 인터뷰

최근 경기도 성남시 세미파이브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호 대표는 “오랜 시간 설계분야에 몸담으며 반도체 설계의 접근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세미파이브는 이를 회사의 미션으로 하는 기업이라, 조건 안 따지고 합류했다”고 말했다.

세미파이브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의 조명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다. 디자인하우스란 팹리스(설계전문 회사)의 설계를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찍어낼 수 있는 시공 도면으로 바꾸는 ‘반도체 건축 시공사무소’ 같은 역할을 한다. 세미파이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을 활용해 팹리스의 설계를 도와주는 ‘디자인 플랫폼’을 지향한다. 세미파이브가 기존 설계자산(IP)과 자동화 솔루션을 활용해 구축한 플랫폼을 활용하면 팹리스 기업들이 개발비용과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이런 플랫폼 서비스로 세미파이브는 팹리스들과 AI 및 고성능컴퓨팅 칩을 개발했고, 미국·중국·일본 등 글로벌 AI 반도체 설계 프로젝트도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엔 설립 5년 만에, 국내 디자인하우스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도 꼽힌다. 현재는 기업 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지난 17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박 대표는 “설계 플랫폼 제공으로 기존 디자인하우스 업(業)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라며 “우리 플랫폼으로 상당히 많은 칩이 개발됐고, 우리의 기술력도 계속 향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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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파이브가 개발 중인Arm 아키텍처 기반의 CPU 칩렛 플랫폼 ‘프리미어’. 사진 세미파이브

‘소버린AI’ 확보하려면 시스템반도체 중요

시스템반도체 업계에서 40년간 일한 박 대표는 ‘소버린 AI’가 중요해진 지금이야말로 시스템반도체를 발전시켜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필수재에 가까운 기술”이라며 “AI의 오류 판단에는 문화적 맥락이 중요하기에, 각국에 최적화된 AI를 제작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국가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혁신을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필수적이고, 그 근간은 시스템반도체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AI 100조원 투자 계획에서도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 대표는 “한국의 반도체 설계 능력은 사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도약하기 위한 기회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언제 이익을 창출할지 모르는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개발을 지속하고, 개발된 제품이 채택될 수 있게 정부가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들이 모이는 생태계라 대기업의 투자가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는 “손익 계산이 불분명한 분야에는 투자를 잘 안 하는 게 과거 한국 반도체 기업의 특징이었지만 ‘비효율적 경영’이 시스템반도체에는 필요하다”라며 “10개 중 2개만 성공해도 된다는 자세로 투자를 지속해야 기술이 발전하고 결국 생태계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한 것 같은 8개도 반도체 기술력 전반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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