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인 완전체 된 헌재…"예상보다 더 왼쪽" 전망 나온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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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김상환(59·사법연수원 20기) 헌법재판소장과 오영준(56·23기)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재 9인 체제가 완성됐다. 사실상 9개월간 미완이었던 헌재가 이재명 정부 들어 진보 우위 구도의 완전체로 본격 가동하면서 향후 헌법재판 흐름과 여권발 사법 제도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뉴스1
김상환·오영준 임명…헌재, 사실상 9개월만 완전체
이 대통령은 23일 김 소장과 오 재판관 임명을 재가했다. 김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4인 중 찬성 206인으로 통과한 지 5시간여 만이다. 전날 김 소장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오 재판관은 대통령 지명 몫이라 별도 표결 절차 없이 함께 임명됐다. 임기는 각각 6년이다.
김 소장, 오 재판관의 합류로 헌재는 지난 4월 18일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 퇴임 후 석 달 만에 9인 체제가 됐는데, 당시의 9인 체제는 마은혁 재판관 취임(4월 9일) 직후 열흘에 불과했다. 실질적 완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10월 이종석 전 헌재소장(8대) 및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 퇴임 후 처음이다.
김 소장의 경우 이강국 전 소장(4대, 2007년 1월∼2013년 1월) 후 12년 만에 6년 임기를 꽉 채우는 소장이 되면서, 당분간 헌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소장을 비롯해 전임인 박한철(5대)·이진성(6대)·유남석(7대) 전 소장은 재판관 역임 중 소장으로 발탁돼 임기가 9개월(이진성)~5년 1개월(유남석)로 들쭉날쭉했다.

오영준 헌법재판관.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전향적 모습 보인 오영준…“예상보다 더 왼쪽 갈 수도”
새 9인 체제의 이념 지형 변화도 관심사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출신임에도 법원 내부에서 중도로 평가받아온 오 재판관이 변수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상고심 과정을 “이례적”이라고 하고 여권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등 예상 외의 전향적 모습을 보였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김 소장의 경우 일찍부터 진보 법관으로 분류됐는데, 여기에 오 재판관 역시 진보 쪽으로 기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재의 균형추가 당초 예상보다 더 왼쪽으로 갈 것 같다”(수도권 고법 판사)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판사는 “오 재판관이 청문회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란 판사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7인 체제에서 진보 2인(정계선·마은혁), 중도 3인(김형두·정정미·김복형), 보수 2인(정형식·조한창)으로 분류됐던 헌재의 이념 지형도는 김 소장과 오 재판관의 합류로 진보 4인, 중도 3인, 보수 2인으로 재편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 우위였던 헌재 구도가 좌우 균형을 이뤘다가 진보 우위로 바뀌는 것이다.
이 체제는 가장 빨리 임명된 김형두 재판관이 퇴임하는 2029년 3월까지 약 4년간 유지되는데, 이후부턴 진보 쪽으로 더 기울게 된다. 김 재판관을 시작으로 차례로 퇴임하는 정정미(2029년 4월)·정형식(2029년 12월)·김복형(2030년 9월) 재판관이 모두 중도 또는 보수 재판관이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신임 재판관 임명엔 여권 영향력이 크다.
당분간 적체 사건 집중…“재판소원 등 쟁점에도 적극 나설 듯”
일단 새 9인 체제는 당분간 기존 7인 체제에서 결정하기 부담스러웠던 각종 중요 사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청문회 때 “그동안 적체된 장기미제 사건에 역량을 집중시키도록 하겠다”며 재판 지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간 헌재에 쌓인 사건이 너무 많다. 체제가 완비된 만큼 밀린 숙제부터 풀어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론 재판소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 대상이 되도록 하는 재판소원은 그간 헌재와 대법원이 각각 찬·반으로 나뉜 난제였다. 이번 민주당 발의안에도 헌재는 찬성 입장을 밝혔고 대법원은 “재판의 신속한 확정과 권리 구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지난 2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며 반대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가 진보 정부에서 진보 우위로 체제를 완비했다”며 “여당이 헌재의 숙원사업을 밀어주는 상황에서 헌재가 적극적으로 호응할 경우 대법원이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소원뿐 아니라, 각종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헌재가 보다 전향적 방향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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