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물 위태롭게 기울었다” 한밤 대피 소동…폭우 뒤 땅꺼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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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복합청사 부설주차장 공사장에서 깊이 2m, 길이 5m 규모의 지반 침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근 건물이 기울어졌고, 주민 36명이 대피했다. 연합뉴스
폭우의 영향으로 지반 침하가 연달아 발생하며 ‘땅꺼짐’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4일 서울 동대문구와 소방 등에 의하면 지난 23일 오후 7시 35분쯤 동대문구 이문2동 복합청사 부설주차장 공사장에서 길이 5m, 깊이 2.5m, 넓이 13㎡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근 건물이 위태롭게 기울고, 밤중에 인근 건물 주민 36명이 급히 숙박시설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4일 오후, 지반 침하 현장 바로 옆 상가 건물이 기울어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상가 건물 앞으로는 무너진 지반을 임시로 메우고 난 토사 등이 쌓여 있다. 전율 기자
24일 오전 8시쯤 현장을 가보니 땅이 내려앉은 공동은 흙으로 메웠지만 바로 옆 상가 건물은 출입이 통제된 채 기울어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건물의 창문 하나도 사고로 깨져 있었다. 지반 침하가 건물 바로 앞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 맞은편 공사 현장과 상가 건물 사이 약 2m의 공간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전날 오전 9시 30분쯤에도 같은 장소에 미세한 지반 침하가 발생해 주변 지역 임시 복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임시 복구 작업을 한 땅은 하루도 되지 않아 저녁에 완전히 내려앉았다. 24일 오전 10시에 시·구 합동 지하자문단 회의가 이뤄졌으나 사고 원인은 자문단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올 정도로 복합적이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동대문구는 지반 등을 더 세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 오전 8시 30분쯤, 전날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 현장. 지반 침하 현장과 붙어있는 복합청사 건물이 유리창이 깨진 상태로 기울어있다. 전율 기자
주민들은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건물에 거주하는 박애리(71)씨는 전날 밤 급하게 대피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혼비백산한 상태로 속옷만 급하게 챙겨나오느라 혈압약도 못 챙겼다”고 말했다. 손녀를 포함한 네 식구가 같이 대피했다는 박씨는 “혹시라도 우리 집이 무너질까 걱정돼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77)씨도 “땅꺼짐 생긴 곳이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 늘 지나가는데, 사고 원인을 모르니 조심하면서 다니는 수밖에 없지 않냐”며 고개를 저었다.
땅꺼짐 범위가 조금만 더 넓었거나, 상가 건물 가까운 지반이 내려앉았으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는 주민 우려도 있다. 지반 침하 현장 안쪽 건물에 거주하는 고아나(35)씨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숙박시설에서 잘 수 없어 대피를 못 했는데, 걱정에 잠을 거의 못 잤다”며 “공사장과 바로 옆 가구들이 너무 붙어있어서 집이 흔들리는 등 늘 불안했는데, 조금만 옆 바닥이 꺼졌으면 우리 집이 무너질 수 있었던 거 아니냐. 당장 이사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17일 광주 동구 지산동 한 호텔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만 총 72건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에 기습 폭우가 내렸던 5월에 44건이 집중됐다. 한차례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 8일부터 10일, 인천 서구에서는 3일 연속 지반 침하가 발견됐다.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동구에서도 폭 1m가 넘는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다. 광주에는 해당 땅꺼짐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17일부터 사흘 동안 478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바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지하 안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는 총 1398건이다. 절반에 달하는 672건의 사고가 여름에 일어났다.
강한 비와 공사 현장, 지하수 흐름 합쳐져 사고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은 이미 생겨있고, 폭우가 땅꺼짐 촉발 요인이 된 것”이라며 “사고 현장 근처에 있는 공사장으로 지하수를 따라 지반 밑의 흙이 흐르며 빈 공간이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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