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2 협상’돌연 취소…타결 시한 몰린 韓 관세 협상에 '이상 기류&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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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5일 '2+2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 사정으로 돌연 취소됐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8일 남겨두고 미국과 관세 협상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는 오전 9시30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25일 2+2 협상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2+2 통상협의에는 한국 측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측 베센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던 구 부총리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미국이 기재부 측에 통보한 시각은 구 부총리 출국을 1시간여 앞둔 오전 9시쯤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베센트 장관의 긴급한 일정에 대해선 한국 측에 알리지 않았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미 한국대사관 등 현지에서도 정확한 일정 취소 이유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부터 닷새 동안 스코틀랜드 등을 방문하는 일정에 베센트 장관이 동행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날 베센트 장관은 “오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흘가량이 남은 셈인데 날짜만 보면 협의를 미룰 만큼 긴급한 일정인지는 물음표다.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카운트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지 못하고 이날 귀국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미국 측이 거절해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이 불발된 게 아니라는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은 루비오 장관이 위 실장과 면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호출로 참석이 어려워지자 “유선 협의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연락했고, 실제 유선 협의가 충분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도 잇따른 장관급 회담 취소에 대해 “다른 내포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외교·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데드라인까지 한국을 몰아붙이는 '트럼프식 압박'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통상전문가는 "지금 미국은 중국·유럽연합(EU)과의 관세협상을 더 중시하면서, 한미 협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상대방의 불안감을 유도하는 일종의 협상 전술로 보인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EU와 상호관세율을 15% 수준에서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2 협상 불발은) 미국이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협상안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간 간극이 큰 것은 미국 현지 투자 규모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과 함께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측은 4000억달러(약 547조원) 이상의 대미 투자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중앙일보 7월24일 1면 참조〉
이재명 대통령은 구광모 LG 그룹 회장(14일)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5일)에 이어 지난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그리고 이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만났는데, 그룹 총수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역시 기업 투자에 더해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가 통상협상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쌀·소고기 시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자 미국 측이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현재 미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완료한 국가는 ▶영국(10%→10%) ▶일본(25%→15%) ▶베트남(46%→20%) ▶인도네시아(32%→19%) ▶필리핀(20%→19%) 등 5개국인데, 모두 미국에 농축산물 개방을 약속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한국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등 비관세장벽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농축산물을 어떻게 얼마나 수입할지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미뤘다면, 상호관세 부과를 8일 앞둔 한국 입장에선 큰 악재다. 전날 일본이 먼저 상호관세(15%)와 자동차 품목 관세(15%)를 내리는 결과를 끌어내 부담감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번 2+2 협상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8월1일 데드라인을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산업부는 그리어 대표와 여한구 본부장의 만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25일에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미국에 도착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24일(현지시간) 오전 러트닉 상무장관과 오후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는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다. 이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만난다. 김 장관은 정부가 준비한 조선·원전·반도체 등 첨단 산업 협력 방안과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투자와 관련해 미국 측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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