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쇼크 시작됐다…현대차, 많이 팔고도 2분기 영업익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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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최대 수출인 미국에서 관세 태풍을 맞기 시작했다. 4월부터 미국이 수입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자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가량 감소했다.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백악관을 찾아 미국 루이지애나 등에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 했지만, 관세 여파를 피하지는 못한 것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협상을 먼저 타결한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들과 미국 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사 잘하고도 관세에 발목 잡힌 현대차
현대차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8조2867억원, 영업이익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7.3%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 판매량 증대로 외형적으론 성장했는데도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경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인센티브 및 판매 비용 증가 등의 원인으로 손익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매출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판매가 늘었고 금융 부문 실적 개선,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2분기 대비 36.4% 증가한 26만2126대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차는 7만8802대, 하이브리드차는 16만8703로 나타났다.
2분기 전체 차량 판매량은 1년 전보다 0.8% 늘어난 106만5836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9 등 신차 출시 효과로 1.5% 증가한 18만8540대가 팔렸다. 해외 판매량(87만7296대)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로 0.7% 늘었다.
일본차 관세 25→15%, 가격 경쟁 최대 리스크
현대차는 하반기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관세 등 통상 환경 변화를 꼽았다. 특히,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일본과 관세 협상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15%로 낮춘 점이 현대차엔 부담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늦어질 경우 한국산 자동차엔 25% 관세가, 일본산 자동차엔15%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차가 불리해진다. 세계 최대 완성차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 토요타와 치열하게 경쟁 중인 현대차로선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이후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을 동결 중인데, 관세 충격을 현대차가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는 “2분기 관세로 인한 손실은 8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3분기 관세 타격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관세율에 따라 가격(인상)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면서도 손익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3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엑스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현지화와 완성차의 현지 생산 확대, 재료비·가공비 감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특히 부품 현지화를 위해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한편, 글로벌 완성차들도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으로 관세 폭풍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분기 매출 471억 2000만 달러(약 6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35% 줄어든 19억 달러(약 2조6200억원)였다.
테슬라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3일 공개된 테슬라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총 매출은 224억9600만달러(약 30조7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2% 감소한 9억2300만달러(약 1조2600억원)으로 1년 전의 반토막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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