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관세 1%P 깎을때마다 “쌀수입 늘려라, 보잉기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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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세를 절반으로 깎으며 극적 타결에 성공한 미·일 관세 협상. 그 뒷단엔 끊임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래(deal)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 1%를 내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투자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24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지난 2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약속은 한 건가”란 취재진의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8차 협상을 위해 만난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물밑 지원을 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7월에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맡겨 달라”며 일본 측에 ‘사인’을 주기도 했던 그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도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이 잡히자 그는 자신의 자택에서 ‘예행연습’을 제안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0여 차례 일본의 안을 설명한 것 역시 러트닉 장관이었다.
이튿날인 22일 백악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자리에 동석했다. 트럼프 1기 정부부터 백악관의 ‘실세’로 불렸던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사진을 보면 당시 협상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엔 ‘재팬 인베스트 아메리카’라고 쓰인 커다란 패널과 미국 지도 모습의 종이들이 올려져 있다. 트럼프 1기 정권 시절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썼던 ‘전략’과 닮아 있는 모습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기 쉽게 미국 지도에 일본 기업들의 투자 현황을 표시해 보여주며 “일본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일본이 대미 투자계획을 같은 방식으로 제시한 것이다.
협상이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1%포인트 낮출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었다. “1% 낮출 테니 대신 이걸 주지 않겠나”라거나 “쌀 수입은 더 늘릴 수 있을 것” “반도체 투자, 지원액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요구를 해왔다. “보잉을 더 살 수 없나?” 일본이 준비해 온 투자안을 훑어보며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일본이 4000억 달러(약 547조원) 투자를 제시했지만 새 투자를 요구해 온 것이다. 화제가 된 미·일 협상 사진에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패널에 손글씨로 숫자 5가 적혀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협상은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60조원)를 투자하고 자동차와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등의 조건을 달며 끝이 났다.
일본은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국가 기간산업과 같은 자동차 관세(25%)를 15%로 내린 데 안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일 관세 협상에 대해 “숫자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트럼프밖에 없다. 마지막에 뒤집힌 나라도 있다. 전혀 방심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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