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25일 대폭 단행됐다. 법무부는 이날 18명의 검찰 간부를 신규 보임하고 15명을 전보하는 등 총 33명의 고검장·검사장급 인사를 발표했다. 전체 고검장·검사장 자리 중 절반 이상이 바뀌는 대규모 인사다. 이날 인사로 신규 보임·전보된 간부들은 오는 29일부터 새로운 직책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인사에선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참모 그룹인 대검 부장단 중 감찰부장을 제외한 전원이 물갈이됐다. 대검 부장단은 암묵적으로 검찰총장에게 인사 권한의 일부를 부여한다. 하지만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퇴임한 이후 신임 총장이 공석인 탓에 대통령실·법무부 주도로 대검 부장단이 먼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김경진 기자

일선 검찰청의 모든 형사 사건을 총괄 지휘하는 대검 형사부장엔 장동철 제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김도완 법무부 감찰관이, 반부패수사부장은 박철우 부산고검 검사가 맡는다. 박철우 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요직을 거쳤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취임 후 나흘만인 25일 법무부는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ㄴ스

정성호 장관이 취임사에서 중요성을 강조한 마약 범죄 대응을 총괄 지휘할 마약·조직범죄 부장엔 김형석 대구서부지청장이, 공판송무부장엔 차범준 인천지검 2차장검사가 보임됐다. 과학수사부장은 최영아 남양주지청장이 맡는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 수사를 지휘했던 박세현 전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의 퇴임으로 공석이었던 서울고검장엔 구자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보임됐다. 부산고검장엔 이종혁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인사를 앞둔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로 공석이 된 일선 지검장 자리도 채워졌다. 서울북부지검장에 박현준 울산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엔 임승철 광주고검 차장검사, 인천지검장은 박영빈 청주지검장, 수원지검장은 박재억 인천지검장, 의정부지검장은 이만흠 법무연수원 총괄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기용된 간부들 중 일부는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났다. 법무연수원을 검찰 내부에서 한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된 간부 중 일부는 한직으로 평가되는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났다.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거쳐 창원지검장에 임명되며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사건 등을 맡았던 정유미 창원지검장과 허정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을 수사해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박영진 전주지검장과 이영림 춘천지검장도 마찬가지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간부 인사이자 정성호 장관과 합을 맞춰 최일선에서 검찰 개혁을 추진할 간부를 추려낸 인사로 평가된다. 실제 법무부는 이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조직을 쇄신하여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첫 대규모 인사”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세 명의 여성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의미도 있다. 최영아 남양주지청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에, 김향연 부산지검 1차장 검사는 청주지검장에, 정수진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제주지검장에 신규 보임됐다. 이외에 여성 검사장이었던 박성민 대전고검 차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법무부는 조만간 차·부장 검사 등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검사장급 이상에서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만큼 후속 인사 역시 대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