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편 총 맞아, 제발 빨리" 수차례 애원…긴박했던 신고 순간

본문

17534387644547.jpg

인천 사제총기 살해 사건에 쓰인 탄환.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범행 현장에 있던 피해자 아내의 긴박했던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25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살인사건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이었다.

당시 아버지의 총격에 A씨(33·사망)가 쓰러지자 그의 아내는 처음에 "○동 ○호인데 살려달라"며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좀 와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신고 접수 경찰관이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묻자 A씨 아내는 대답하지 못한 채 자녀들을 향해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경찰관이 총격 부위를 묻자 A씨 아내는 "배를 맞았다"며 "구급차 좀 불러달라"고 호소했다. 또 "애들이 있으니 빨리 와달라"고 부탁했다.

A씨 아내는 2분간 통화한 뒤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이어진 6분간의 통화에서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고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 접수 경찰관은 계속해 A씨 아내에게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경찰관이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고자는 "문 열었다"면서 경찰관의 진입 여부를 여러 차례 물었으나 경찰관은 "올라가고 있다"고만 했다. A씨 아내는 "남편이 현관에 누워있다"며 도와달라고 애원했으나 경찰은 다른 진·출입 통로가 있는지 질문했다.

A씨 아내는 "우리 집에 현관 말고 테라스를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다"며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안내하자 신고 접수 경찰관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 전화드리라고 할 테니 바로 받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화는 곧장 오지 않았고 A씨 아내는 다시 112로 연락해 "제발 빨리 전화 달라"고 재촉하면서 "남편 죽으면 어떡하나"라고 재차 애원했다.

하지만 경찰은 제때 범행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 사이 A씨 아래층 주민도 오후 9시 39분, 오후 9시 43분, 9시 50분, 9시 56분에 추가로 112에 전화했다. 해당 세대는 범행 현장에 있다가 총격을 피해 대피한 A씨 아내 지인(외국인 가정교사)이 도움을 요청한 곳이다.

아래층 주민은 두 번째 통화에서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며 "경찰도, 아무도 안 왔다"고 했다. 세 번째 통화에서는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B씨(62)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은 B씨의 생일로 아들이 잔치를 열었고 며느리와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도 함께 있었다.

B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고 살인 범행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발화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47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