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한국과 협상 잘했다…존중받고 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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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관세 협상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하나는 “(일본처럼)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쇠고기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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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일본식 대미 투자와 쇠고기 개방은 한국에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공개 압박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닷새 일정으로 자신의 골프 리조트가 있는 스코틀랜드에 머문다. 관세 부과 시점은 귀국 직후인 다음달 1일이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1일까지 대부분 끝내겠다”며 일부 협상은 서한 발송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는 한국과도 (협상을) 잘했다. 나는 우리가 많은 존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日투자는 대출 아닌 사이닝 보너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5500억 달러(약 76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일본의 예를 들며 “다른 나라도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는 것(buy it down)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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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관세협상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리에 숫자가 적힌 판이 놓여있다. 일본 대표로 협상에 참석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트럼프 대통령 맞은편에 앉아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X) 캡처

그는 일본이 약속한 투자가 대출이 아닌 계약 체결시 먼저 지급하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기본적으로 관세 인하를 구매한 것”이라며 “우리한테 5500억달러를 주고 관세를 약간 낮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일본은 자국 경제(시장)를 모두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며 “경제 개방과 지불금을 통해 우리는 28%(실제로는 25%)이던 관세율을 15%로 낮춘 것”이라고 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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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청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손등에 멍자국이 있다. 78세 7개월의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그는 만성 정맥 부전 진단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실제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이 투자하는 5500억 달러는 미국이 결정한 곳에 투자하는 구조다. 일본 자금이 미국의 뜻대로 투자되는데도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일본의 투자금을 “종잣돈(seed money)”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쇠고기 수입 제한국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호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고,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증거”라며 “우리의 훌륭한 쇠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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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업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미국 축산업자들이 현재 웃고 있으며, 이는 나 역시 웃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강력한 압박 전략을 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출 국가다. 다만 쇠고기 안전 문제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금지돼 있다. 한국과 같은 월령 제한을 둔 나라는 러시아·벨라루스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은 꽤 잘되고 있고, 또 다른 국가도 있다”며 “모두 매우 큰 거래들로,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골적 압박…“2+2 일정 제안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2+2 회의 취소를 일방 통보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측에선 이날까지 한국 정부에 일정 조율과 관련한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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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굳은 표정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5일 '2+2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일정에 동행하거나,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중국과의 본격 협상에 앞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EU와 협상부터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센트 장관이 스웨덴 일정까지 마치고 귀국하는 날짜는 오는 30일이다. 현실적으로 관세 부과일인 1일 이전에 한·미 경제수장간 대면 협상이나, 2+2 회의를 재개할 수 있는 날짜는 30일과 31일 이틀에 불과하다.

협상팀 내에선 “2+2 회의를 반드시 거쳐야 협상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일정 재조정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트닉 만났지만…“日협상 보고 욕했을 것”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8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회담 결과에 대해 산업부는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포함한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산업장관 간 첫 대면 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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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합의와 한-미 관세협상 내용 그래픽 이미지.

김 장관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제시하며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전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에 이어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과도 따로 만났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김 장관과 회담 전 CNBC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관계”라며 “한국이 일본의 합의를 보고서 욕설(expletives)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마 ‘아, 어쩌지’라고 했을 것”이라며 “(김 장관이) 오늘 내 사무실에 와서 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규모 투자와 쌀 개방 등으로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사례를 이용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 하게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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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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